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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포천의 예술인②-포천메나리 보유자 이영재 翁

"메나리’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우수상 수상"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한 평생을 등짝에 ‘미친놈’이라고 써 놓고 다닌 게 나여. 미치지 않고서는 이게 그냥 되는 게 아니거든”

경기도무형문화재 35호 포천메나리 보유자 이영재(70) 옹. 그가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모를 심는 봄이 돌아오면 그의 행보는 바빠졌다. 목청이 좋아 이 논에서도 저 논에서도 선소리를 하는 역할은 그의 차지였던 것. 남의 소리를 귀동냥해가며 속으로 몇 번을 따라하며 익힌 솜씨였다.

포천메나리와의 인연은 80년대 말부터다. 우리 소리 되살리기에 앞장섰던 김순재 씨가 포천메나리를 발굴해냈고 가산면에서 포천메나리가 구성됐다. 그리고 소리 잘하기로 소문난 이영재 옹을 영입한 것이다.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얼마나 막막하던지. 군에서 지원을 좀 해줘서 서울 가 꽹과리도 사고 옷도 사고…. 그런데 몇 가지 사고나니까 내려올 차비가 없어.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사정해서 차비 받아 내려왔지. 그렇게 어렵게 시작했어”

8.15 해방이 되기 전까지 지속돼오던 놀이를 그대로 고증하는 작업이 계속되었고 회원들 평균 나이가 60대 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3∼4시간 연습이 이어졌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91년 포천종고 학생들과 함께 출전한 경기도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인 92년 전국대회에서 부문 우수상인 문광부 장관상을 획득했다.

이영재 옹은 “그 때 무형문화재로 선정됐어야 하는데 지지난해에야 겨우 선정됐어. 나는 작년에 됐고. 문화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거지. 지금 포천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메나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군에서도 서둘러서 인원보충을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친다.

공연 한 번 하려면 적어도 40명은 필요한데 회원이 자꾸 줄어 지난해부터 포천종고, 포천여중과 연계해서 학생들을 육성시키고 있다. 연습을 호되게 시키지만 마음 속으로는 얼마나 기특한지 얼싸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의 그런 마음을 아는 지 아이들은 이번 경기도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해 이 옹을 웃게 했다.

“무엇보다 제일 어려운 것은 돈이야. 노인네들 뭐라도 잡수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여의치 않아. 그래도 매년 후원을 아끼지 않는 삼우석재 같은 곳이 있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포천 메나리를 좋아하고 도와주는 분들을 떠올리며 더욱 연습에 매진해 왔던, 이 길을 택한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 뒤돌아볼 새도 없이 지나온 세월이었다. 머리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공연이 될 수 있나를 항상 연구하며 노래 불렀던 나날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는 듯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지. 지금까지 해와서가 아니야. 태어나서 노래 부르고 공연 다니는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지? 다시 태어나도 또 메나리에 푹 빠져 이렇게 살고 싶어”

전통예술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치며 ‘너도 미친놈’ ‘나도 미친놈’ 하면서도 서로 허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전통에 대한 애착으로 무장된 이들이 느끼는 보람에서 연유하는 것은 아닐까?
문지연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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