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하면 토정비결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기지·예언·술수에 관한 일화도 많았지만 가난한 내 고향 포천의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기 위하여 전라도 만경현에 있는 양초주와 황해도 풍천부의 초도정을 빌려서 굶주린 백성을 모아 고기를 잡고 소금을 구워서 많은 식량을 마련하기로 계획하고 조정에 상소를 올렸으나 실패하고 이에 포천현감을 사직한 인물이어서 존경이 앞선다. 1517년(중종12)부터 1578년(선조11)까지 62세를 사는 동안 서울 마포 강변에서 흙으로 집을 짓고 밤에는 거기서 쉬고 낮에는 평평하게 만든 토실(흙집) 위를 정자로 삼아 지냈는데 토정(土亭)이란 호를 사용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아산현감(선조11) 시절에는 걸인청(乞人廳)을 만들어 관내의 걸인을 수용하고 그들에게 수공업을 가르쳐 생계를 세우게 했으며 무능자에게는 짚신만들기와 새끼꼬기를 시키고 노약자와 백성을 구호하는데 힘쓰다가 작고하였으니 현대판 오웅진 신부도다도 더 큰 역사적 인물이었다.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6대손으로 한산 이씨이며 서경덕(徐敬德)의 제자였고 율곡, 성흔 등과 학문적 교류를 가졌으며 조헌으로부터 스승의 예우를 받았으니 학자적 위치로도 토정은 높은 경지에 있었다. 특히 포천현감 재직 중 임진강의 범람을 미리 알아서 많은 생명을 구제한 공로는 포천 역사상 특기할 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지함 현감은 생의 대부분을 마포 강변의 흙담 움막 집에서 살면서 청빈(淸貧)하였으니 태국의 짬농시장이 청빈하다하나 우리 토정선생만 하였을 것인가? 토정비결은 예언서로서 요즈음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명문대 하버드에서도 도올에 의해 강의될만큼 그 이치가 오묘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밖에도 의약, 천문, 지리, 음양술서에도 통달하였다고 한다. 저서도 『농아집(聾啞集)』 『토정집(土亭集)』 등이 전하며 후손인 경주부윤 이정익(李禎翊)에 의해 간행되었다. 성리학의 대가인 조식(曹植)이 마포로 찾아와 토정선생을 도연명(陶淵明)에 비유하였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숙종 39년 학덕의 인정을 받아 이조판서로 추증을 받았으며 아산의 『인간서원』과 보은의 『화암서원』에 제향되었고 문강공(文康公)이란 시호까지 받았으니 토정선생의 학문적 위치나 덕망 그리고 학문적 경지를 알 수 있다. 경주김씨와의 반목이나 잘못 전해 온 토정선생에 대한 오해는 없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도 양문리 냇가에는 토정선생이 건의했던 고기잡이 방법이 전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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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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