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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정영옥] 그.러.나. 강은 국경을 모른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21일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사람의 몸을 생각하다가 강을 생각했다. 조금 엉뚱한 출발이다. 요로결석을 이야기하다 보면 물을 만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결석 예방에 중요하고, 레몬 등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일부 요로결석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다. 칼슘과 마그네슘 역시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양소 하나하나보다 그 너머에 있는 ‘흐름’이 보였다. 몸도 하나의 생태계이고, 강도 하나의 생태계다. 물이 풍부한 곳과 물이 부족한 곳이 하나의 강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네갈강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다.

세네갈강은 서아프리카를 흐르며 세네갈과 모리타니아의 국경을 이루는 구간을 지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마주 보는 셈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서로 나누어 써야겠구나.’ 그.러.나. 강은 국경을 모른다. 농업용수도, 식수도, 생태계도, 전력도 강물을 함께 사용한다.

1970년대 가뭄은 이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물을 두고 경쟁하는 대신 공동관리의 길을 선택했고, 1972년 세네갈·모리타니아·말리가 세네갈강개발기구(OMVS)를 만들었다. 이후 기니까지 참여하면서 농업과 수자원, 수력발전, 항행, 식수, 생태계 등을 함께 다루는 협력체계로 발전했다.

강을 한 나라의 소유물로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나라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자원으로 바라본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국경은 말한다. ‘여기까지가 내 것.’ ‘저기부터는 네 것.’ 하지만 강은 그렇게 나누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선을 넘고, 사람을 만나고, 생명을 연결한다. 어쩌면 정치도 강과 닮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삶의 정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서로의 삶이 막히지 않도록 물길을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포용이란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 먼저 온 세대와 다음 세대, 건강한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 도시와 농촌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자리에서 만나왔다. 복지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푸는 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물질이지만, 때로는 관계이고, 참여이고, 기회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연결망이다.

복지의 빈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긴다. 그리고 그 빈틈을 메우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관리’보다 참여를 생각한다. 건강도 그렇다. 환자를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사람은 숫자와 진단명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생활에 참여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바라보면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가 된다.

물을 잘 흘려보내는 것이 강을 살리는 일이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흐르게 하는 것이 공동체를 살리는 일일 수 있다. 나는 그래서 K-이음을 생각한다. 만나고, 만들고, 나누고, 배우고, 모으는 일. 이음은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하나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을 내는 일이다.

세네갈강이 국경을 넘어 흐르듯, 우리의 삶에도 경계를 넘어야 할 것들이 있다. 물과 농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식과 문화, 돌봄과 건강, 세대와 세대의 경험, 그리고 다음 세대의 미래까지.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결국 그 물길을 내는 일인지 모른다. 누군가를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 남겨진 사람이 다시 사람과 연결되도록 돕는 것.

도움받는 사람과 돕는 사람을 구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삶의 정치이고,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지키고 싶은 소명이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한 어느 날의 거대한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에서, 골목에서, 학교에서, 농촌에서, 복지의 현장에서 시작되는 작은 정치다.

나는 포천에서 그 작은 물길들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고, 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한 사람이 먼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순간, 작은 물길 하나가 생긴다. 그 물길들이 만나면 개울이 되고, 개울이 만나면 강이 된다.

그리고 강은 마침내 국경을 넘어간다. 그.러.나. 강은 국경을 모른다. 생명도 우리가 그어놓은 선만큼만 흐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묻는다. 우리는 지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물길을 내고 있는가.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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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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