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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칼럼] 국가의 기강(紀綱)이 바로서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12일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영웅을 영웅답게 대접해야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 바칠 영웅이 나오는 것이다.

한때 카이자르는 로마 공화정의 희망이었다. 매력적인 화술과 도발적인 행동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카이자르는 군 사령관으로도 역사상 어떤 명장에도 뒤지지 않는 큰 전과를 거뒀다. 그의 공로로 로마 영토는 한 때 북해 연안까지 이르렀다.

기원전 49년 보수귀족층을 대변하던 원로원이 위협을 느끼고 소환령을 내리자 카이자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군을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돌진했다. 카이자르를 지지하던 대중은 열열히 환호했지만 권력을 독차지한 그는 더 이상 귀찮은 공화정을 원하지 않았다.

젊은 날의 영웅이 독재자로 변신한데 실망한 부루투스가 암살을 감행했으나 역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내전 끝에 카이자르의 종손(宗孫) 옥타비아누스가 제위에 오르고 로마 민주정치는 막을 내린다. 영웅이 아쉽게 변신한 예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12세기 고려의 용장 척준경(拓俊卿)이 대표적이라 생각된다. 젊은날의 척준경은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타고난 용맹과 무예로 예종때의 여진정벌과 9성개척에 절대적인 공을 세웠다. 도원수 윤관(尹瓘)은 그의 재주를 높이사 신분을 무시하고 척준경을 양아들로 삼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예종이 죽고 인종이 즉위하자 척준경은 세도가 이자겸의 수족으로 변신, 궁에 난립하고 반대파를 학살하는 등 악행에 앞장섰다. 뒷날 인종의 심복에게 설득돼 이자겸을 제거하는 역할까지 맡지만 결국 정지상에게 탄핵당해 권력을 빼앗기고 귀양가는 신세가 된다.

무엇이 척준경을 타락시켰을까. 그것은 그의 멘토였던 양아버지 윤관의 추락을 보며 "국가를 위하여 목숨바쳐 공을 세우고 올바르게 살아봐야 별 수 없다"고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여진 정벌의 영웅 윤관은 문신들의 득세로 북동 9성을 여진에게 돌려주고 화친을 맺은 뒤 "쓸데없는 전쟁으로 국력을 소모한 죄" 까지 추궁당하며 억울한 노년을 보내는 것을 척준경은 보았다.

만화주인공 베트멘을 얼굴없는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 '다크나이트'는 "영웅인 채 젊어서 죽을 것인가, 늙어 악당이 될때까지 살 것인가" 라는 탄식으로 끝맺음을 한다. 영웅이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영웅들이 부귀영화의 유혹을 오래 견디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중희/ 포천신문사 고문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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