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같이 오랜 장맛비는 아니지만, 잦은 비에 더욱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렇게 기온이 높은 여름날에는 수온도 따라 올라가고, 그에 따라 물속에 사는 수생식물들도 잎을 내고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생식물들은 여름에 꽃이 피어나는 경우가 많다. 연못정원, 습지원, 고층습지 등 물을 주제로 한 정원이 많은 평강식물원은 요즘 수생식물을 풍성하게 볼 수 있다. 수생식물은 연꽃이나 수련처럼 큼직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있는 듯 없는 듯 겸손한 꽃을 피워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식물, ‘마름’도 그중 하나이다. 마름은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매년 씨앗에서 싹이 터야 볼 수 있다. 뿌리는 물밑의 진흙 속에 내리며 수위에 따라 줄기가 자라고 그 끝에 마름모꼴을 한 독특한 모양의 잎이 많이 달린다. 잎자루에 볼록한 부분은 공기주머니로 잎이 물위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잎 겨드랑이에서 피어나는 작고 앙증맞은 하얀 꽃은 한송이씩, 7-8월에 피어난다.
꽃은 수면위로 꽃대를 내밀어 피우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 밑으로 숙여져 물속으로 들어간다. 역삼각형의 까만 열매는 딱딱하고 양 끝에 꽃받침조각이 변한 가시가 있다. 이 열매에는 녹말과 지방이 많이 있고 꼭 ‘밤(栗)’맛 같아 물에서 나는 밤, ‘물밤’이라고도 한다.
열매를 잘 말린 것을 능실(菱實)또는 능각(菱角)이라고 하며 위장병, 치질, 식도암, 자궁암 등의 치료에 쓰인다고 한다. 또한 마름 열매의 녹말은 구황식물로도 이용이 되었다고 한다. 식물원의 약선 레스토랑인 엘름(Elm)에서는 이 물밤으로 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아삭하고 씹히는 식감이 매우 좋다.
마름과 같은 여러 수생식물들은 물속 또는 물가에 자라면서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곤충들이 알을 낳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습지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물들이다. 식물원 구경에는 더운 여름일수록 비오는 날이 더 좋은 날씨인데, 예쁜 우산아래 모여 다니며, 볼수록 신기한 수생식물의 매력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