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태산보다 무겁고 바다보다 깊다. 세 치 혀가 탈을 부르니 항상 말조심할 일이다. 한 맺힌 입은 오뉴월에도 찬 서리가 내린다 했다. 이처럼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말들이 많다. 책임질 수 있으면 말하고 아니면 침묵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요즘은 책임보다 회피를, 회피보다 변명의 말들이 난무한다. 말을 잘 다스리면 풍년이 들고 잘못 심거나 가꾸면 흉년을 면치 못한다. 말 한 마디를 잘하면 부자가 되고 잘못하면 쪽박을 찬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서로 나눌 때 말은 적을수록 깊고 눈길은 깊고 아늑할수록 좋으며 미소는 감미로워야 살 냄새가 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 대신에 눈으로 하거나 따뜻한 미소로 주고받을 때 약속이 짙다.
정겨운 눈길이나 살가운 미소가 가슴을 나누기에 더 미덥기 때문이다. 마음에 없는 말은 껍질에 불과하거나 화장대 위에 놓인 향수통에 불과할 뿐이다. 연인들의 입은 끈끈하고 무거우며 사기꾼들의 입은 일회용 인스턴트다. 빈 말이 많으면 서로 못 믿어 의심하고 싸우며 트집 잡거나 흉잡힐 짓을 서슴지 않는다. 해학은 사람을 풍선으로 만들고 꼬득이는 말은 동산에 무지개를 띄운다.
말을 훔치는 입은 더러우며 말을 파는 입은 너절하고 빈 말과 아양을 떠는 입은 독하다. 더러 씀바귀를 씹는 입은 쓰나 그 몸은 다시 건강하다.
세상에 어진 사람은 말을 두려워한다. 한 번 뱉은 말은 리모델링이 안 된다. 말은 곧 마음의 집이다. 말을 행동으로 여기는 사람은 좀처럼 입을 쉽게 열지 않는다. 연꽃은 흙탕물에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말은 똥물에서도 조화를 피운다.
인간을 포장하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말이다. 세상사 포장이 그럴싸한 상품은 속은 별로다. 인간의 됨됨이도 이와 마찬가지다.
말의 꽃은 눈을 밝게 하고 귀를 맑게 한다. 그래서 어진 사람은 항상 과묵하고 모든 일에 꼼꼼하고 자상하다. 그것은 말의 믿음인 까닭이다. 어진 사람은 신이나 하늘을 믿는 자가 아니라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말 잘하는 사람은 사람을 되려 의심하게하고 함부로 뱉은 말에 노심초사 뒤적거리며 수작을 궁리하게 마련이다.
말 농사를 잘 지으려 하면 말의 씨앗을 잘 뿌려야 한다. 말 농사란 살아가는 대화의 삽질이며 나아가 땀으로 얻은 삶의 열매이다. 말에 화려한 옷을 입히기 이전에 조화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역사란 곧 말의 역사다.
시대에 따라 인간은 변하고 사람 또한 걸맞은 말을 생산한다. 말은 항시 진행형이지만 과거이며 미래인 것이다. 그래서 말이 앞서가는 사람은 행동이 미쳐 따라가지 못해 인간관계에 종종 낭패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씨앗은 말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꽃이 되기도 한다. 말이 고우면 세상은 저절로 아름답다. 말을 가지고 장사 속으로 흥정하고 떨이로 팔면 안 된다. 그래 세상에는 말품 파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된다. 사람의 입속에는 말의 꽃이 핀다. 그것이 말의 꽃이며 사람의 향기다. 야 임마! 말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