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 짓고 있는 나를
놀리며 건드리더니
구름 사이로 뛰쳐나온 발 넓은 햇빛인가
산비탈에 주소를 둔 대머리 바위인가
아님,
스킨 냄새 풍기는 부지런한 바다인가
안개 같은 웃음으로
하늘거리는 옷자락 홀리더니
누구와 춤을 추나
변심한 여편네
<감상노트>
보통 바람은 흐르거나 지나가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바람만큼 사람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것도 더러는 없다. 그만큼 바람의 속성은 잔인한 부드러움과 무색이지만 색깔 짙은 향기다.
바람은 흔적을 남기기 이전에 기억을 먼저 데리고 온다. "봄바람", 그 얼마나 설레는 살결인가! "밤바람", 이 또한 살 익는 속삭임이다."가을바람" 꽃의 아픔을 정말이지 편지로 쓰지 않는가. 그렇다. 바람난 시간만큼 고소한 맛이 어디 있으며 사람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또 있을까. 바람은 가장 추상적 이데아인 줄 알지만 가장 현실적인 삶의 가락이다.
안 익 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