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 고향 포천에는 지극한 모성애(母性愛)로 고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어머니가 많았으며 또한 남편을 잘 모시는 아내도 많아 열녀(烈女)가 많기로도 유명하였다.
장거리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죽을 파는 집이 있었다. 젖이 부족한 아이에게 먹이는 암죽을 비롯하여 겨울 장꾼들이 잘 먹는 참쌀 옹심이나 수수 옹심이를 넣은 죽이 있는가 하면 술 잘 먹은 사람들의 주독을 풀어주는 녹두죽도 팔았으며 영양 만점의 잣죽도 팔았고 콩죽도 매우 인기있는 죽집의 메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둑어둑한 황혼이 깃들면 젊은 아낙네가 쟁반에다 작은 종지 하나를 얹어 가지고 죽을 사러 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어린아기들이 먹는 찹쌀 암죽을 사가는 젊디젊은 아낙네는 올 때마다 흰 소복을 입고는 고개를 숙이고 암죽을 사가지고 가고는 하였다.
그래서 죽을 파는 할머니는 팔 때마다 고개를 까웃뚱 하고는 하였다. "이상타 이상하고 말고... 소복에다...암죽을 ... 그것도 한 그릇이 아닌 한 종지만을 사가다니... 이상한지고... 암 이상하고 말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서 하루는 찹쌀 암죽을 사가는 젊은 소복의 아낙의 뒤를 밟아 가서 그의 집을 알아놓고 아주 작은 양의 찹쌀 암죽을 사가는 연유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찹쌀 암죽을 팔자마자 소복 아낙의 뒤를 밟아 간 죽집 할머니는 소복한 아낙의 집이 공동묘지 근처인 것 만을 알아놓았다. 이튿날 남편과 함께 소복 입은 여인의 암죽 종지 쟁반을 든 발걸음의 뒤를 따라 공동묘지에까지 이르자 그만 기절초풍을 하여 뒤로 넘어질 뻔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복의 여인은 찹쌀 암죽 종지를 든 채 공동묘지 어느 묘 앞에서 간데 없이 없어 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다시 한 번 뒤를 밟았다. 이번에는 어느 무덤으로 들어 가는 게 보였다. 그래서 그 이튿날은 파는 일은 죽집 할머니가 맡기로 하고 무덤 뒤에서 죽집 할아버지가 몰래 숨어서 소복 입은 여인이 찹쌀암죽을 얹은 쟁반을 들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정말 인간 세계에서는 상상키 어려운 광경이 버러지고 있었다. 소복의 여인이 무덤이 열린 문으로 들어가서는 갓난 아기에게 찹쌀 흰죽(암죽)을 먹이는 게 아닌가?
"앗불싸!"그만 암죽먹이는 소복 여인이 죽집 할아버지를 발견하고는 혼비백산 어디론가 부리나케 사라지고 만것이었다. 그 이튿날 부터는 소복의 여인이 죽집에 죽을 사러 오지 않은 것은 물론 공동묘지에서는 젊은 여인의 울음 소리가 1년 내내 들렸다는 민담이 전하여 모정의 영원함을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