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 동안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그 첫 회를 보면 귀에 익은 재즈풍의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온다. 웨스트라이프(Westlife)가 부른 쿠르트 바일의 "칼잡이 맥(mack the knife)"이다. 그 드라마 첫 회를 봤던 시청자라면 쿠르트 바일의 인상적인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칼잡이 맥(Mack the Knife, 원제: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은 쿠르트 바일이 죽은 1950년을 시작으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과 보비 다린(Bobby Darin)이 불러 더욱 유명해졌는데 재즈 스탠다드의 전형적인 노래로 일컬어지며 이후 많은 가수들과 재즈 뮤지션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독일에서 출생한 쿠르트 바일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을 했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바일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정든 독일을 떠나야 했다. 비록 1928년에 극작가이며 연출가였던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함께 서사극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독일은 유대인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유대인들이 이 당시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을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는데 특히 분산율 방정식을 풀어 미국이 원자폭탄을 만들고 독일을 침몰케 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던 독일인 프리쉬와 파이얼스도 히틀러에게 쫓겨난 유대인이었다. 쿠르트 바일도 역시 1930년대에 브로드웨이에 커다란 공헌을 했던 독일계 작곡가였다.
베를린국립음악학교에서 클래식을 공부하던 1920년대 초반 유명한 이탈리아의 부조니(Ferruccio Busoni)에게 사사 받은 바일은 현악4중주와 교향곡 등을 작곡하며 그의 음악 인생을 클래식으로 시작했다. 말러(Gustav Mahler), 쇤베르그(Arnold Schoenberg),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등 세계적인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술회한 바 있지만 궁극적으로 바일의 성향은 보컬 음악과 뮤지컬에 있었다.
바일의 뮤지컬 작품들과 노래들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까지 독일 대중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바일의 가장 잘 알려진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도 이 시기에 발표되었는데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Beggar"s Opera)"를 각색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설정되었던 18세기 부랑자들과 도둑들을 1920년대 베를린 암흑가의 전형적인 인물들로 재탄생시킨 작품이었다. 바일의 음악은 매우 감상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고 때로는 거칠기도 해서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전 세계에서 지금도 공연되어지고 있다. "마하고니 시(市)의 흥망성쇠(Rise and Fall of the City of Mahagonny, 1930)"는 1927년에 발표된 동명의 작품을 개작한 것으로 바일은 과감하게 미국의 래그타임을 사용하였으며 재즈적인 멜로디도 사용하고 있다. 브레히트는 정치적으로 막시즘을 신봉하는 예술가들 중에 하나였다. 음악에만 몰두해 있던 바일은 정치적인 견해차로 인해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브레히트와 결별을 했다. 1933년 나치에 의해 추방되어 1935년 미국에 정착한 이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연극과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특히 1937년에 "영원한 길(The Eternal Road)"을 위해 쓴 부수 음악이 맨하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153회 공연이라는 큰 성공을 거두고 사실상 미국 시민이 되었다. 바일이 미국에서 만든 작품 중에서 "거리의 장면 (Street Scene, 1947)"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지만 미국 오페라로 분류되어지기도 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엘머 라이스(Elmer Rice)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거리의 장면 (Street Scene)"은 그 해 쿠르트 바일에게 토니상(Tony Award for Best Original Score)을 안겨주었다.
이와 같이 일련의 작품들을 성공시켜 미국에서는 존경받는 인물이 된 바일이었지만 독일에서 그의 음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금지되었다. 독일의 나치는 독일어로 되어있는 바일의 모든 작품들과 시청각 자료들, 심지어 기록들조차 없애버렸다. 바일의 부모가 나중에 이스라엘로 망명을 해서 그나마 주고받은 서신 정도만 남아있다. 앞에 거론된 작품 이외에도 "로스트 인 더 스타즈(Lost in the Stars, 1949)"와 미국 민속 오페라 "다운 인 더 밸리(Down in the Valley, 1948)"도 자주 공연되고 있는데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에 나오는 "9월의 노래 (September Song)"와 "마하고니 시(市)의 흥망성쇠(Rise and Fall of the City of Mahagonny)"의 "알라바마 송(Alabama Song)"은 그의 협주곡, 교향곡 등과 함께 지금도 자주 연주되고 있고 애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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