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사계중 꽃은 항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난 방에도 탄생의 기쁨은 꽃으로 표현하고 심지어 일생을 다 보내는 사후세계까지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어릴 적 아침 일찍 마당가에 어머니가 가꿔 놓으신 꽃밭에 제일먼저 가보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백합이 풍겨주는 향기. 수많은 꽃잎으로 겹겹이 쌓아 몸을 흔드는 다알리아. 꽃의 종류가 너무 많아 거기에 찾아 노는 벌, 나비, 손님까지 쪼그리고 앉아 온정신을 꽃에게 빼앗겨버려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데 밥 먹고 학교가지 않느냐는 아버지의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예쁜 꽃이 내 곁에 있어 행복의 요소가 되고 있다.
앙증맞은 행동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온 식구들을 매료시키는 이제 30개월을 갓 지난 놈과 첫 돌을 지난 년년생 손주 녀석들이다. 내 아이들 키울 때 그처럼 예쁘게 보였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 녀석들의 동작하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재잘거림!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감동을 준다.
작은 놈은 나만 보면 업어달라고 슬며시 등에 와서 붙어 있으면 큰 녀석이 서툰 말로 "안돼 안돼 암머니 힘들어" 하면서 제 동생을 내게서 떼어놓는다. 그 말에 감동 먹은 내 모습은 스치는 전율에 몸 가눌 줄 모른다.
꽃 중에 제일 예쁜 꽃이 인꽃이라 하더니 하나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그뿐인가 눈 감고 누워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내 볼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주고 가는 보너스까지.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천성이 쾌활하고 싹싹한 큰 녀석이 매일처럼 하는 행동이다. 신기하고 사랑스러워 덥석 끌어안으면 내 안의 파랑새다.
에구 팔푼이 같은 소리 나만 하는 것 같지만 어떠랴. 흐르는 물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때 더 정감 있는 물소리를 내듯이 사랑도 내리 사랑이 분명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만 그런가? 손주에게 넋을 빼앗긴 노부부들 전부터 많이 봐온 풍경이다. 그 예쁜 인꽃들이 잘 자라서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할머니 역할을 준비중이다.
저녁나절 노을이 아름다운 것처럼 내 안에 한 꽃이 아름다운 동양화를 그리면서 그 예쁜 인꽃들을 잘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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