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작곡가들 중에 브로드웨이와 클래식 콘서트 홀 그리고 영화음악을 포함한 대중음악계를 넘나든 작곡가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이들 세 분야에서 똑같이 성공을 거둔 작곡가는 더더욱 없다. 20세기 후반기에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로 일컬어지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도 1985년에 클래식 코랄 "레퀴엠(Requiem)"을 발표했지만 단 한곡으로 끝을 맺었으며 거쉬인 만큼 클래식 분야에서도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조지 거쉬인(George Gershwin, 1898˜1937)은 서른아홉 짧은 생애 동안에 다양한 장르에서 명곡들을 만들어냈다.
거쉬인의 대부분의 보컬과 연극적인 작업들은 그의 친형인 작사가 아이라 거쉬인(Ira Gershwin, 1896˜1983)과의 협동으로 이루어졌다. 부모가 아이라를 위해 사준 피아노를 조지가 더 즐겨 연주했을 정도로 10세 때 부터 음악적인 관심을 보인 거쉬인은 많은 미국의 위대한 예술가가 그렇듯이 유럽계 미국인 2세였다. 거쉬인의 부모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에 정착했으며 자식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전형적인 유대인이었다. 거쉬인은 13살에 베토벤 심포니 오케스트라(Beethoven Symphony Orchestra)의 피아니스트였던 찰스 햄비처(Charles Hambitzer)를 만나 햄비처가 죽음을 맞이하는 1918년까지 체계적으로 음악교육을 받았다. 거쉬인은 햄비처에게 전통적인 피아노 테크닉을 배웠으며 유럽의 전통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배우는 동안에 거쉬인은 대중음악에 심취해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쇼단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었지만 그의 생애에 있어서 햄비처는 음악의 기본기를 심어준 유일한 스승이었다. 대중음악을 작곡하면서 재즈기법을 도입한 거쉬인은 21세 때인 1919년에 "스와니(Swanee)"를 발표하여 일약 대중음악 작곡가로 유명해졌다. 이후 클래식 음악과 재즈를 조화시킨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 "피아노 협주곡 F장조(Concerto in F)"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 그리고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를 발표하여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거쉬인은 클래식 음악가들, 특히 프랑스 작곡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피아노 협주곡 F장조(Concerto in F)"와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은 끌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의 작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거쉬인의 관현악 편곡법(Orchestrations)은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의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 번은 거쉬인이 라벨에게 음악을 배우고 싶어 레슨을 부탁했는데 라벨은 오히려 거쉬인에게 레슨을 부탁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Hyland, William G., George Gershwin: A New Biography, Praeger Publishers, 2003. 참조)
거쉬인의 첫 번째 뮤지컬 작품은 그의 형 아이라 거쉬인과 함께 작업한 <레이디 비 굿(Lady Be Good)>이었다. 1924년에 초연한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특히 메인곡인 "아이 갓 리듬(I Got Rhythm)"은 누구나 즐겨들을 수 있는 심플한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어 대중적인 "재즈 스탠다드"가 되었다. 같은 해에 거쉬인은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를 발표했는데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재즈 피아노 협주곡으로 심포닉 재즈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 또한 블루스와 래그타임 등의 요소를 클래식 음악에 접목시킨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은 1928년 파리를 방문했을 때 작곡되었는데 재즈의 독특한 감각과 선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미국인이 본 파리의 인상을 랩소디 풍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위촉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전체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표제음악처럼 "1부는 미국인의 눈에 비친 파리 거리의 정경을, 2부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끼는 블루스풍의 향수를, 3부는 다시 화려한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을 묘사" 했다. 이 음악은 영화에도 영감을 주어 진 켈리(Gene Kelly)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 1951)>을 탄생시켰다. 특히 이 영화의 명장면인 마지막 부분에 거쉬인의 음악이 18분 동안 그대로 사용되었는데 진 켈리의 발레 안무와 거쉬인의 음악이 마치 인상주의 캔버스와도 같은 세트 속에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 영화는 그해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서 아카데미상 7개를 휩쓸었다.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는 3막짜리 재즈 오페라로 1935년에 초연되었다. 초연 당시 출연진 모두가 파격적으로 아프리카계 오페라 가수들로 구성되어 화제를 낳았는데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인종차별적인 작품이라는 논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다. 대표곡인 ꡒ썸머타임(Summertime)ꡓ은 오페라 아리아의 명곡으로 손꼽힌다. 거쉬인은 안타깝게도 39세의 일기로 뇌종양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며 각종 무대에서 자주 애창되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