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 38선이 가로 막히자 내 고향 포천은 3일장이 섰다. 5일장이던 것이 영북·일동 장이 없어진 때문에 신읍장(장거리 장)과 솔모루 장(소흘읍 송우리장)과 내촌장이 3일만에 섰다.
특히, 솔모루 장은 한수 이북의 우시장중 제일 큰 소 시장으로 초·중학교 교과서(지리)에도 등재될만치 유명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장마당에는 해방 직 후 북으로 간 만담가「신불출」도 와 만담도 하고 가끔 곡마단도 와서 천막을 높이 치고 곡마단 곡예도 하여 장꾼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었던 생각이 난다.
장마당에는 빠지지 않는 야바위꾼이 와서 속임수 놀음을 하여 순진한 시골 사람들을 속이기로 하고 이상 야릇한 약초를 팔기도 하고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임수의 약을 파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장마당을 순찰하던 경찰관에게 현장에서 체포되어 연행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추석이나 정월 대보름 농상기패 농악놀이나 단오 씨름대회도 장마당에서의 흥미 있는 볼거리였는데 「방돌씨」를 비롯하여 몇몇이 황소를 탔다.
그런데 하루는 잘 생긴 할머니가 나무 의자를 놓고 앉아 재담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금방 사람들이 모였다. "청와대 할머니가 오셨단다 구경가자"소문은 삽시간에 신읍 장거리에 퍼졌다.
"뭐 청와대 할머니가 오셨어? 그럼 이승만 대통령 부인이 오셨는가?"
"엑기! 이 사람 대통령 부인이 미쳤다고 포천 장마당에 오갔는가? 하여튼 가보면 알게 아닌감?"
청와대 할머니 나무 의자 앞에는 필자도 쪼그리고 앉았던 기억이 난다.
"글쎄... 내가 경무대(청와대의 옛 이름)에 들어갔는데...어찌나 떨리는지 혼이 났다니까... 그래도 대통령 각하의 수발을 드는 일이니까 신이 나서 갔다니까. 알갔어?"
"청와대(경무대)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감요...?"
"내가 청와대(경무대)에서 대통령 각하의 진지상(음식상)에 오를 된장찌개도 끓이고 비름 나물도 무치고 김치도 담그고 영부인 옷도 빨고 했단 말이야. 괜스리 얘기를 시키는 구먼. 복도에 떨어진 돈도 주워다 영부인께 주웠다고 드리고 서류가 떨어진 게 보여도 꼭꼭 갖다 드렸지. 그랬더니 「프찬체스카」여사가 정직한 포천댁이라고 칭찬을 하시면서 월급도 올려 주셨지. 이 옷도 영부인이 주신 옷이야. 내 아주 청와대(경무대)로 이사가려고 왔던 길에 장에 왔는데 왜 이렇게 몰려 와들..."
누구의 추천으로 청와대(경무대)에서 주방 일을 포천 할머니가 보게 되였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정가나 서울의 고위층 간에는 「포천댁」들은 정직하고 음식 솜씨 좋다는 소문이 나고 라디오 연속극에도 출연했다는 소문이 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