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포천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다. 특히, 왕방산 국사봉 호랑이는 영험한 동물로 산신제를 받는 최고의 호랑이였으나 효도하는 호랑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옛날 포천 어느 마을에 나뭇꾼이 살았다. 매일 왕방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해다 장거리에다 팔기도 하고 겨울 땔감으로 쌓아 두기도 하였다.
하루는 왕방산 깊은 큰골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앗불싸 이름만 듣던 큰 호랑이를 만났다. 입을 쩍쩍대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금방 나뭇꾼을 달려들어 잡아먹을 태세였다. 그러나, 꾀도 많고 착한 나뭇꾼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꾀심이 발동하였다.
"아휴, 호랑이 형님 처음 뵙겠습니다요. 소생은 장거리 웃마을에 사는 나뭇꾼이온데 이렇게 형님을 뵙게 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이 안나옵니다.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님 말씀대로 여기서 형님이 사시는군요." 천연덕스럽게 나뭇꾼은 소리쳤다. 그뿐이 아니었다. 닭의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픈 빛을 띄고 호소하였다. 나뭇꾼의 눈물어린 형님 소리를 들으니 호랑이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나뭇꾼인 네가 내 동생이라니 무슨 말이란 말이냐?"
"아버님의 큰 아들이자 내 큰형님이 태어날 때부터 호랑이여서 산 속 깊은 왕방산 골짜기 큰골에서 살게 하였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시며 요즈음은 큰 형님 생각에 병환이 나셔서 병석에서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고 계시지요."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닭의 똥 보다 더 큰 호랑이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앗불싸, 내 미련하고 몽매하여 하마터면 내 친 동생을 잡아먹는 죄인이 될 뻔 했구나. 지금이라도 내 동생임을 알았으니 다행이로구나."
호랑이는 나뭇꾼을 등에 업고 날듯이 뛰어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나무도 큰 묶음으로 몇 지게 실하게 저다가 나뭇간에 쌓아주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매일 초하루와 보름날은 물론, 설날, 추석, 명절이면 토끼, 노루, 사슴, 산돼지, 산삼, 송이 등 많은 선물을 나뭇꾼 집에다 보냈다.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한을 씻고 사람이 하는 효도보다도 더 지효(至孝)를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나뭇꾼의 아버지가 죽자 호랑이 새끼들은 물론 왕방산 호랑이 모두가 꼬리에다 베 헝겁을 매고 다녔으며 큰골 큰 호랑이는 나뭇꾼의 아버지가 죽자 호랑이 자신이 호랑이로 태어나고 또 효도함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여 고심(苦心)끝에 죽었다고 전한다. 그 후, 왕방산 큰골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지 않고 존경을 받는 산신령의 상징이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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