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회장 경기도문화관광해설사 이종훈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秒錄佛祖直之心體要節)은 고려의 승려인 백운화상이 역대의 여러 부처와 조사(祖師)의 게송(偈頌), 법어(法語) 등에서 선(禪)의 요체(要諦)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저술한 책이다. 직지는 백운화상이 사망한지 3년 뒤인 1377년, 그의 제자들이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고려시대는 불교국가라 할 만큼 불교가 성행하였다. 국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찰을 건립했고, 토지를 지급하였다. 또한, 승려에게는 면역(免役)의 특권을 주었다. 그러자 백성들이 다투어 출가해 승려의 수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왕실․귀족 출신으로 승려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고려불교의 귀족성에서 나온 현상이었다. 이처럼 귀족적이었던 불교는 무신의 난 이후 변화를 보이게 된다. 선종은 왕실․귀족과 밀착된 권위주의적인 교종에 대한 무신들의 생리와도 상통되는 것이었다. 선종은 경전에 의한 복잡한 이론적 접근을 배격하고 참선을 통한 불교신앙을 그 중심내용으로 삼았기 때문에 소박한 무인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

현재 전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책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은 1377년 흥덕사(興德寺)라는 사찰에서 인쇄된 것이다. "직지심체"의 내용은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직시하면, 그 심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학문승(學問僧)들의 대표적인 학습서이다.
이 책은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인쇄하였는데, 신라의 목판인쇄술을 계승하여 발전시켰던 고려시대에 금속활자가 발명된 것은 13세기 초였던 것으로 보인다. 13세기의 여러 기록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관청이 아닌 지방의 한 사찰에서 전통적인 밀랍주조법으로 주조하여 찍어낸 것이다. 이 때문에 활자의 크기와 글자모양이 고르지 않고, 인쇄상태가 조잡한 편이다. 이와 같이 기술이 미숙한 단계의 사주본(寺鑄本)이지만, 문헌에만 전해지고 있던 여러 종의 고려 주자본 중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금속활자본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이 책의 하권 간행기(刊行記)에는 고려 우왕(禑王) 3년(1377)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책을 인쇄하였음을 명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성경책보다 70년 이상이나 앞선 것이다. 한편 이 책을 인쇄한 흥덕사(興德寺)는 충북 청주시에 그 터가 남아있는데, 청주 고인쇄박물관(古印刷博物館)이 개관되어 있다.

이 책이 해외로 유출된 것은 대한제국시기 주한 불란서대리공사로 서울에서 근무한바 있는 꼴랭 드 쁠랑시(Collin de Plancy)에 의해서였다. 이 책은 원래 상․하 2권으로 되어 있었으나, 현재 하권만이 남아있다. 하권은 3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 장은 없고 2장부터 39장까지 총 38장만이 보존되고 있다. 프랑스인 쿠랑(Courant,M.)이 1891년에 출간한 『한국서지 Bibliographie Coreenne』의 부록에 일찍이 소개되었으나 책의 행방이 묘연하였다. 이후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도서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되었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불조직지심체요절」의 등재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불조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쇄문화의 전파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에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친 기록유산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현재 프랑스에 단 한 권만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희귀성 또한 크게 고려되었다. 아울러 불조직지심체요절과 구텐베르크 성서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서양의 금속활자본으로 인류의 기록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최대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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