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뮤지컬(Musical)이라는 단어는 뮤지컬 코미디(Musical Comedy)의 약자이다. 진정한 뮤지컬 코미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뮤지컬 이론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이가 크다. 단순하게 음악과 춤과 약간의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부른다면 어쩌면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배우나 가수들이 노래 중간에 틈틈이 자신의 신변 이야기나 그 날 주변에서 경험했던 짤막한 사건을 재미있게 엮어 관객에게 들려준다면 16세기 셰익스피어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기에서 다시 진정한 뮤지컬 코미디가 언제 시작되었는가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듯 북 뮤지컬(Book Musical)이 탄생한 1927년을 최초의 시점으로 거론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북 뮤지컬이란 음악과 춤보다도 대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뮤지컬이다. 북 뮤지컬이 탄생하기 전에 발표된 대부분의 뮤지컬 코미디들은 대본에 있어서 대화 부분이나 줄거리 등이 허술하고 깊이가 없었다. 북 뮤지컬과는 달리 대본이 음악과 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북 뮤지컬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1940년대 까지 보드빌이나 레뷰 등이 계속 존재했었고 꾸준히 관객들을 모았었다. 1929년 시작된 경제공황으로 인해 능력 있는 작곡가들이 브로드웨이를 떠나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1940년대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보드빌이나 레뷰 스타일의 가벼운 뮤지컬 코미디가 더 성황을 이루었다. 뮤지컬의 슈베르트 (Franz Schubert)라고 일컬어지는 어빙 벌린(Irving Berlin) 같은 대 작곡가도 북 뮤지컬보다는 단순한 레뷰나 보드빌 음악을 만드는데 열중했으며 할리우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영화음악 작곡을 했다. 최초의 북 뮤지컬의 작곡가였던 제롬 컨(Jerome Kern)도 <쇼 보트(Show Boat, 1927)> 이후의 작품들 대부분이 오페레타나 보드빌 수준의 뮤지컬 코미디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역시 할리우드 영화음악에 전념하기도 했다.
초기 뮤지컬 코미디 대본에는 부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등장했고 남녀관계는 해피엔딩으로 결말 지워졌으며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다소 멜로드라마적인 엔딩 구조를 따른 것이 많았다. 그렇지만 멜로드라마(Melodrama)와 비교해 볼 때 극적 구성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따라서 대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다시 말하면, 사건과 줄거리가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음악이 먼저 만들어졌으며 대본의 상황과 노래가 완전히 다른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등장인물의 대사와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오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여자 주인공이 한 남자의 사랑을 얻은 후 행복한 심정을 친구에게 노래해주고 있는데 부르는 노래가 남자의 사랑을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는 내용인 것과 같다. 심지어 배우들 선정에도 문제가 많아 배우들의 스케줄에 따라 등장하는 장면이 달라 대본의 앞뒤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1920년대 뮤지컬 코미디의 또 다른 형식적 특징 중에 하나는 송 앤 댄스(Song and Dance)에 있었다. <노, 노, 나네트(No, No, Nanette, 1923)>는 송 앤 댄스 뮤지컬의 붐을 일으킨 빈센트 유먼스(Vincent Youmans, 1898˜1946)의 뮤지컬 코미디인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에 가장 많은 공연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데 1971년에 한 번 리바이벌 됐으며 다음에 살펴볼 래그타임(Ragtime)의 유행과 함께 오늘날 송 앤 댄스 뮤지컬의 전형을 이루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대본이 뮤지컬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번은 연출의 권유로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어 가사도 없이 극에 삽입시켰는데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작사가가 경악을 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노래 분위기에 가사를 맞추는 전형적인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첨가된 곡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당시에 가장 인기 있었던 노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도 제작자나 연출자의 요구로 인해 첨가되거나 삭제된 노래가 많다. 그렇게 해서 종종 히트한 노래도 있는데 모든 것이 협의 하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1920년대와는 다르다. 초창기 뮤지컬 코미디들은 이처럼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줄거리가 너무도 허술해서 <노, 노, 나네트>와 같은 예외적인 작품을 제외하고는 오늘날 리바이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