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영(대진대 교수, 연출가)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 워싱턴으로 이주한 앨 졸슨(Al Jolson, 1886˜1950)의 본명은 에이사 욜슨(Asa Yoelson)이다. 엄격한 성가대 지휘자였던 아버지의 강요로 유대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곤 했던 졸슨의 꿈은 성가대에 있지 않았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9살에 여의고 나서 아버지의 희망과는 반대로 시내에 있는 보드빌 극장의 쇼를 몰래 구경 다니며 대중적인 가수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결국 보드빌 순회공연단을 따라 집을 떠나게 되면서 보드빌리언으로써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후 졸슨은 흑인 분장을 하고 노래 부르는 민스트럴 쇼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 깊어져 결국 탈퇴를 하고 한동안 재즈에 심취한다. 자신에게는 전혀 새로운 음악이었던 재즈를 접하고 나서 음악적으로 성숙해진 졸슨은 1911년 브로드웨이의 "윈터가든 극장(Winter Garden Theatre)"에 발탁되어 레뷰 활동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신밧드(Sinbad)> 등 레뷰 작품에 출연하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미국 보드빌 무대의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라는 찬사를 받는다. 졸슨은 종종 민스트럴 쇼처럼 흑인 분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연기했는데 그 흑인 캐릭터가 결국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흑인 분장을 하고 부른 그의 노래 "매미(Mammy)"도 유럽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카리스마를 지닌 그의 공연과 재즈에 바탕을 둔 노래들은 당시 공연이 없었던 일요일에도 관객들을 극장에 모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노래와 춤과 짧은 촌극으로 꾸며진 당시의 레뷰 공연이 그렇듯이 졸슨의 공연에서도 별다른 드라마틱한 줄거리가 없었지만 관객들은 졸슨의 공연에 열광했다. 졸슨의 카리스마는 진행 중인 쇼를 멈추게 하고 쇼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정도로 대단했었는데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때때로 공연이 무르익고 있을 때 졸슨은 갑자기 쇼를 멈추게 한 다음 극장의 모든 불을 밝게 밝히고 관객에게 질문을 하곤 했다. "여러분은 공연을 보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저를 보길 원하십니까?"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두 졸슨을 보길 원했다.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소리와 함께 졸슨은 자신의 노래 중에서 유명한 곡이나 때때로 신곡을 들려주었고 관객들은 더욱 환호했다. 당시 보드빌 무대에서는 한 사람의 스타성이 중요한 경우가 많았고 관객몰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졸슨의 공연에서 관객들은 보드빌이나 레뷰의 촌극 내용이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다른 출연자들의 노래가 또한 신통치 않아도, 졸슨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따라서 공연 도중에 모든 출연진을 무대 위에 편하게 자리 잡게 한 다음 객석에 불을 밝히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관객을 열광하게 했다. 결국 졸슨 자체가 극적인 드라마였으며 감미로운 음악이었던 것이다.
졸슨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관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종종 ꡒ여러분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You ain"t heard nothin" yet)ꡓ 라는 확신의 찬 말을 하곤 했다. 이 말은 브로드웨이에 본격적인 뮤지컬 시대가 열렸던 1927년에 최초의 유성영화였던 <재즈 싱어(The Jazz Singer)>의 성공과 함께 지금까지 들은 건 별게 아니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당시 할리우드 영화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졸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두 편 있다-<졸슨 스토리(The Jolson Story, 1946)>와 속편격인 <졸슨 싱스 어게인(Jolson Sings Again, 1949)>. 대부분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들이 사후(死後)에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졸슨이 생존하고 있을 때 두 편이 다 만들어졌다는 것은 엔터테이너로써의 그의 카리스마와 비중을 짐작케 한다. 비록 두 영화 모두가 다소 사실과 다르게 묘사된 점도 있지만 당시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다. 앨 졸슨에게는 상당히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라는 명칭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터테이너", "보드빌 무대의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 등 20세기 전반기를 뒤흔든 보드빌리언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이며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위대한 배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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