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대 교수, 연출가 윤 우 영
어린 시절에 자주 들었던 노래 한 곡이 생각난다. 듣고 있으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드는 노래가 "단장의 미아리 고개"다. 이 노래가 특별한 것은 집안의 누군가가 종종 레코드를 틀어놓아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귀에 익은 음악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가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내가 원해서 들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노래 중간에 절규를 하는 가수의 대사 때문에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하며 인상 깊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LP레코드의 지직 거리는 소리, 노래 중간에 애절한 소리로 절규하는 가수,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노래다. 한국동란 당시 발표되어 이산의 아픔을 달래주었던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노래 형식에 있어 앨 졸슨(Al Jolson, 1886˜1950)이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매미(Mammy)"를 연상케 한다. 졸슨은 일종의 보드빌인 레뷰(Revue) 무대에서 성공한 20세기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매미(Mammy) 이외에도 "소니 보이(Sonny Boy)" 등 불멸의 히트곡들을 남겨 놓았다. 물론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1930년대 이후 한국에 유행하기 시작한 악극에서 불러졌던 하나의 스타일화 된 노래로 볼 수 있는데 1950년대 대부분의 가수들이 악극단에 속해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레코드 녹음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가수들에게는 악극단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일한 발표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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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의 미아리 고개
1절: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 일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 한 많은 미아리고개
간주: 여보! 당신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세요. 어린 영구는 오늘밤도 아빠를 그리다가 이제 막 잠이 들었어요.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에 얼마나 고생을 하세요.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부디 살아만 돌아오세요, 네? 여보, 여보----
매미(Mammy)
1절: 밖을 배회하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혼자라면 그렇게 사랑스럽지는 않을 겁니다-특히 당신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어머니! 태양은 동쪽에서 그리고 서쪽에서 빛나죠, 그렇지만 어디에서 가장 빛나는지 저는 압니다. 어머니. 사랑스러운 어머니. 제 마음의 줄은 알라바마에 엉켜 있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중략) 나의 어머니.
간주: 어머니, 나의 어머니, 태양은 동쪽에서 그리고 서쪽에서 빛이 납니다. 그렇지만 저는 압니다. 어느 쪽에서 태양이 가장 빛이 나는지. 어머니,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어머님이 저를 너무 많이 기다리지 않아야 할텐데 그리고 저 또한 너무 늦지 않아야 할텐데. 어머님의 미소를 보고 싶어 수 백 마일을 달려가겠습니다.
노래 1절에서는 전쟁 중에 손이 묶인 채 미아리 고개를 넘어서 이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비통하게 묘사한다. 1절이 끝난 후 간주 부분에서는 남편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애절한 심정을 연극적인 대사로 표현한다. 이런 형식은 궁극적으로는 서구의 레뷰나 보드빌 등의 음악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1930년대 형성된 한국의 악극 스타일이 서구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두 노래가 서로 비슷한 형식을 지녔다고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1921년에 발표된 ꡒ매미ꡓ는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The Jazz Singer, 1927)>의 메인곡으로도 쓰여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졸슨의 가장 유명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자신의 자서전적인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사는 졸슨이 사랑했던 그렇지만 9살에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부르던 사모곡이었다. 이 곡의 특징도 노래 1절이 끝나고 간주 때 마치 레치타티보(Recitativo, 말의 리듬과 강세를 모방하는 형식. 마치 말을 하듯이 하는 노래)와 비슷한 방법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연극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는 어머니(매미)와 남편(단장의 미아리 고개)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애절하고도 비통한 노래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