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0일 오전 7시 30분, 우리는 옛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반환을 요구하며 시민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한 달 동안 아침마다 이어진 집회에서 살을 에는 겨울 추위도 우리의 뜻을 꺾지 못했다. 지난 70여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감내해 온 희생에 대한 작은 보상이자, 마땅히 되찾아야 할 시민의 권리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시민들의 염원은 정부를 향한 건의로 이어졌다. 당시 박윤국 시장의 노력으로 2022년 1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반환과 부지 활용 방안을 건의했고, 나 역시 그 자리에 함께했다. 이후 포천시와 국방부는 여러 차례 상생협의체 회의를 거치며 기부대양여 방식의 이전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협의가 구체화될수록 기대와 함께 사업의 부담도 드러났다. 나는 시의원 시절 시정질의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사업 초기부터 2,318억 원에 달하는 기부 재산 규모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지 개발에 대한 기대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포천시가 감당할 수 있는지,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만큼 사업성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나는 포천시가 이러한 경고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방부의 요구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필요한 군사시설 이전 비용의 추산 규모가 당초 2,318억 원에서 3,550억 원으로, 무려 1,232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전제로 하더라도 이처럼 큰 비용 증가는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사업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달라진 여건을 직시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우리가 처음 거리에서 요구했던 시유지 반환이다. 약 27만 평의 옛 6군단 부지 가운데 포천시 소유인 약 8만 평부터 돌려받아야 한다. 나머지 국방부 소유 토지 약 19만 평 역시 포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만, 두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시유지 반환마저 늦어져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포천시와 국방부가 옛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일부를 국방부 소유 토지와 교환하는 방식에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진전이다. 어렵게 마련한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토지 교환과 나머지 시유지 반환을 위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합의 자체를 넘어, 시민들이 그 땅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반환의 의미가 완성된다.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유지 반환과 국유지 확보의 차이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시유지는 포천시의 재산인 만큼 반환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는 같은 의미의 ‘반환’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현행 법과 제도 안에서 확보 방안과 비용 부담을 따져야 하며,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사업성을 더욱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포천시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담은 제도 개선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박선원 의원 등 11인이 2026년 2월 4일 발의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기부대양여 사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특례를 담고 있다. 일정 요건에 따른 대체시설 기부 전 일부 재산의 우선 양여, 국방부가 부담하기로 합의한 위험물 제거·토양오염 정화 비용의 양여재산 가격 공제, 양여 전 무상 사용·수익 허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입법 논의가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체시설 건립비를 먼저 부담해야 하는 문제부터 기부·양여 재산의 가치 산정과 차액 처리, 토양오염 정화 비용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단체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포천시도 협의 과정에서 확인된 어려움과 지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처럼 시유지 반환과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면서, 부지 확보와 개발은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내가 제안하는 해법이다. 먼저 시유지를 돌려받아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 반환 부지의 원상회복과 활용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변 지역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국방부 소유 부지 확보를 위한 사업성과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부대양여 사업과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나아가 지역 개발의 제약 요인인 15항공단 이전까지 순차적으로 풀어갈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포천시의 책임과 부담만으로 감당해서는 안 된다. 포천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군사시설과 각종 규제로 수많은 희생을 감내해 왔다.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에 비춰 볼 때, 국가에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정당한 요구를 실제 지원과 성과로 연결하려면 법률과 제도의 근거, 실행 가능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동시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 역시 우리의 몫이다. 구체적인 준비와 전략이 함께할 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답답한 현실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기부대양여 협의 과정에서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어렵게 이룬 시유지 반환 합의가 또 다른 기다림으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반환을 위한 행정절차와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반환 이후의 활용 준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반환 이후에도 건물 철거와 토지 정화 등 원상회복을 거쳐 시민들이 실제로 활용하기까지 약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간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써야 한다. 원상회복이 진행되는 동안 개발 수요와 사업성을 검토하고, 국가 지원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며, 군사시설 이전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반환과 활용을 위한 절차, 이후의 부지 확보를 위한 준비가 맞물려 진행돼야 단계적 추진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유지 반환은 포천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다. 처음 시민들과 함께 외쳤던 요구를 잊지 말자. 우리 땅부터 돌려받고, 그 땅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이를 발판으로 다음 단계를 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