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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숙경] 꽃이 진 뒤에도 정원은 남는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13일
 
< 김숙경 / 조경의 세계 대표, 포천신문 시민기자 임원 >
 
10월이면 화단 앞에서 발걸음이 자주 멈춘다. 한창 피어 있는 국화도 반갑지만, 그 곁에서 서서히 빛을 잃는 잎과 꽃대에도 눈이 간다. 얼마 뒤 저 꽃들이 지고 나면 이 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꽃이 가득한 계절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면서도, 꽃이 없는 몇 달의 풍경은 생각보다 자주 빠뜨린다.

꽃은 공간의 첫인상을 바꾼다. 가게 입구에 놓인 화분 몇 개만으로도 표정이 밝아지고, 작은 마당에도 계절이 들어온다. 다만 꽃이 진 뒤까지 그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 꽃과 잎이 무성할 때는 하나로 어우러지던 화단도 겨울이 되면 나무와 나무 사이, 길과 담장 사이의 관계가 또렷해진다. 그때 드러나는 모습까지 생각해야 일 년을 두고 바라볼 정원이 된다.

겨울 정원을 떠올리면 상록수부터 찾기 쉽다. 푸른 잎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초록을 유지하려고 빈자리마다 상록수를 채울 필요는 없다. 잎을 떨군 나무도 줄기와 가지의 선으로 공간을 채운다. 담장 앞에 선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어느 쪽으로 펼치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수형이 어떤지에 따라 마당의 인상이 달라진다. 꽃 색을 고르듯 나무의 겨울 모습도 골라볼 일이다.

이때는 나무를 바라보는 위치가 중요하다. 정원 한가운데 서서 보는 모습만으로 배치를 정하면 생활 속 풍경을 놓칠 수 있다. 추운 날에는 마당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거실 창이나 가게 유리문 너머로 정원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실내에 앉았을 때 나무가 창틀에 어떻게 걸리는지, 입구에서 보이는 가지가 간판을 가리지 않는지 살펴보자. 겨울 정원의 좋은 자리는 의외로 실내에서 더 잘 보인다.

식물이 낮아진 뒤에는 길과 담장, 벤치도 제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잎에 가려 대수롭지 않았던 포장 경계가 눈에 띄고, 구석에 둔 벤치가 혼자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허전하다는 이유로 장식물부터 더하면 시선이 오히려 분산된다. 길이 입구까지 편안하게 이어지는지, 벤치가 앉고 싶은 방향을 향하는지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돌 하나를 놓더라도 주변 식물과 떨어져 있는 물건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치와 크기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마른 식물이 만드는 풍경도 있다. 볏짚색으로 변한 그라스와 형태가 남은 꽃대는 초록이 줄어든 화단에 다른 표정을 보탠다. 낮은 햇빛을 받은 이삭이나 가는 줄기의 그림자는 여름 꽃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다. 비와 눈에 쓰러지는 정도가 다르고, 길 가까이에서는 마른 잎이 흩날릴 수도 있다. 남겨두었을 때 보기 좋은 형태인지, 이용과 관리에 불편이 없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포천에서 정원을 계획한다면 겨울 풍경에 대한 기대와 식물이 견딜 조건도 나란히 놓아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겨우내 보기 좋았던 식물이 우리 마당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같은 동네에서도 바람을 바로 맞는 자리와 건물 안쪽의 자리는 다르다. 겨울에도 푸르다는 설명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지역의 추위, 찬바람과 겨울 햇빛, 물 빠짐을 확인해야 한다. 보기 좋은 겨울 정원도 결국 그 자리에서 무리 없이 살아갈 식물에서 출발한다.

꽃이 핀 화단을 보면서 그 꽃이 없는 모습도 잠깐 그려보면 좋겠다. 눈길을 붙잡을 나무가 있는지, 길의 선이 자연스러운지, 창밖으로 오래 바라볼 자리가 있는지 말이다. 빈 곳을 모두 채울 필요는 없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식물 사이에 드러난 흙도 정원의 한 부분이다. 겨울에 무엇을 더할지 고민하기 전에, 계절이 지나도 남아 있을 모습을 먼저 살펴보자. 꽃이 진 뒤에도 바라볼 것이 있는 정원이라면, 다음 봄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임일 것이다.

ⓒ 포천신문

< 김숙경 / 조경의 세계 대표, 포천신문 시민기자 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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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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