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을 찾았던 날 비가 뿌렸다. 돌아가 다시 온다는 건 쉽지 않았다 빗속을 그냥 나아갔다. 눈에 들어온 보랏빛 꽃이 있다. 미술 전시장에서 발견한 화초 우중에서 솜씨 좋은 화가가 잘 그린 그림 한 폭을 감상하였다. 비는 산하를 적셨다. 우의에 떨어지는 빗방울 곰배령을 더욱 방시레 웃는다 풋풋한 풀 내음이 도회지에 지친 삶을 조금은 숨을 쉬게 하였다 그 풋내가 가슴을 열게 하였다 살아 있는 나는 머물지 못하고 부유하는가?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한 건 누굴까 나를 끌고 가는 자는 누굴까 무엇을 놓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곰배령으로 가고 있었다 되깎이한 벗이 생각난다 그리하여 나는 누군지 그 삶에 어떤 시어가 나왔는지 곰배령 앞에서 이제는 말하여야겠다.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