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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203

고전 군주론(君主論)에서 배웁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7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장 >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마치 예측할 수 없는 풍랑 속에서 배를 저어 가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삶의 굽이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보통 이에 대한 정답으로 따뜻한 위로나 도덕적인 당위를 기대하곤 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숱한 격랑 속에서 가장 서늘하면서도 명확한 통찰을 남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16세기 피렌체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일 것입니다.

​그의 저서 군주론은 지난 수백 년 동안 ‘권모술수의 서적’이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비난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곳에는 헛된 환상을 거두어내고 삶과 인간의 본질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서늘하고 정직한 ‘현실적 지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난세의 한복판에서 고뇌했던 그가 남긴 메시지는 오늘날 컴플랙스하고 다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훌륭한 이정표가 됩니다.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강력한 첫 번째 가르침은, 통제할 수 없는 운명(Fortuna)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오직 스스로의 역량(Virtù)을 단단히 다지라는 것이였습니다. 인생의 바람과 파도는 늘 변덕스럽고, 행운이라는 바람은 언제든 방향을 바꾸거나 불시에 꺼져버릴 수 있지만, 바람을 맞받아치고 돛을 조율하는 힘은 오직 스스로 준비해 온 실력에서 나옵니다. 준비된 역량이 있는 사람만이 갑작스러운 기회를 잡아채고, 뜻하지 않은 시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법이니까요.


​이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바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직함입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나 나만의 이상에 매몰되어 현실의 냉혹한 조건을 간과하곤 합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만 몰두하여 실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잊는 자는 스스로를 구하기보다 망치기 쉽다”고 경고했습니다. 냉정한 눈으로 현상을 인식하고 단단한 현실 기반 위에 전략을 세울 때, 비로소 거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길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또 그는 인간관계와 처세의 본질을 아주 날카롭게 꿰뚫어 보았습니다. 유명한 ‘사자와 여우’의 비유처럼, 강함만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함정에 빠지기 쉽고 꾀만으로는 덮쳐오는 위협을 물리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여우의 지혜와, 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사자의 단호한 결단력을 동시에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호하게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우유부단함이야말로 자신과 공동체를 궁지로 몰아넣는 가장 위험한 태도라고 경고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정직한 이해 역시 필수적입니다. 사람은 이익과 자기보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단순히 명분이나 감정적인 호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상대방의 실제 이해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차분히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남의 힘이나 타인의 호의에 지나치게 기대기보다, 나만의 통제력 아래 있는 확실한 역량과 기반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독립심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진짜 무기가 됩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태도, 그리고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결코 타인의 경멸을 사지 않을 품격과 단단한 중심을 지켜내는 것 또한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삶의 소중한 덕목입니다. 어설픈 인기나 가벼운 호의에 연연하기보다 확실한 존경과 위엄을 갖추는 것은 단순한 권력의 기술이 아닌,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깊은 자기 존중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본질을 꿰뚫는 지혜는 통하기 마련입니다.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고뇌했던 마키아벨리의 통찰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정직한 거울이 되어줍니다. 막연한 낙관이나 무기력한 자조에 빠지기보다, 냉철한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깊은 품격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다져나갈 때, 우리는 어떤 풍랑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당당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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