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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김남영] 세상사는 이야기-200

모든 계절을 다 겪어본 사람의 깊이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8일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결을 가진 이들이 존재합니다. 젊은 날의 서슬 푸른 패기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월의 묵직한 무게를 품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득 치열했던 삶의 궤적을 반추하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진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도, 당장의 권세나 부를 쥔 이도 아닌, 바로 ‘삶의 모든일을 다 해본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다 해본 사람은 최고점의 화려함과 바닥의 고독을 모두 건너온 이입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산의 최정상에 서서 세상을 굽어보았던 환희의 순간도 있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풍파에 밀려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본 경험 또한 가진 사람입니다. 올라갈 때는 세상이 모두 내 것 같지만, 내려갈 때는 그 많던 사람과 영화가 한순간에 아지랑이처럼 사라지는 냉혹함도 몸소 겪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강함은 정점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설 때 드러납니다. 나락의 어둠 속에서 손톱이 부러지고 무릎이 깨져가며 한 계단, 한 계단 다시 올려다본 세상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며 피부 밑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맷집은, 어떠한 유혹이나 위협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내공이 됩니다.

​그런 이에게 세상이 던지는 숱한 풍파와 고난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초심자에게는 모든 것을 앗아갈 듯 무서운 태풍일지라도, 이미 온몸으로 풍파를 받아내며 뼈마디를 다진 이에게는 그저 계절이 바뀌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에 불과합니다. 승리의 달콤함에 도취하여 자만하지 않고, 실패의 쓰라림에 좌절하여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 단단함. 그것이 바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가 품고 있는 침묵의 힘입니다.

​그렇기에 삶의 경륜을 쌓은 이들은 함부로 남과 겨루거나 경쟁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기는 법만을 좇는 조급함 대신, 지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고, 비워냄으로써 오히려 채워지는 삶의 역설을 몸소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진짜 무서운 상대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세가 센 사람이 아니라, 어떤 풍랑 앞에서도 미동조차 없이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며 허허로이 웃어넘길 수 있는 깊이를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눈앞의 작은 성취에 일희일비하거나, 잠시 찾아온 시련에 모든 것을 잃은 듯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삶의 완성은 매서운 추위와 따스한 봄날을 모두 견뎌낸 뒤에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래서 나는 자녀들에게 이루었을때는 겸손하고 없을때는 당당하라고 훈육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거친 세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한 계단씩 삶을 올려 세우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풍파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계절을 지나온 이들의 깊은 혜안이야말로, 이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가장 미려하고 단단한 등불입니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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