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30 오후 07:36:5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자유기고=정영옥] 버티컬 AI 시대, 조르바는 아직 춤추고 있는가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27일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오늘날은 자본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다. ‘쩐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만큼,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속도와 효율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버티컬 AI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람의 일과 사고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도 포천에서는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포천죠이북에서 함께한 《그리스인 조르바》는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책이었다.

독서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한옥 처마 사이로 백일홍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백일 동안 묵묵히 자신의 계절을 살아내는 꽃이다.

비가 내리는 오후, 나는 오이밭으로 향했다.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걱정이 있었지만, 오이는 오늘도 조용히 촉수를 뻗고 있었다. 스스로 높이 오르기보다 주변을 붙잡고 연결하며 자라는 식물.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조르바가 떠올랐다.

조르바의 춤은 성공을 위한 춤이 아니었다. 실패를 끌어안은 채 다시 살아가는 사람의 춤이었다. 광산 사업이 무너진 뒤에도 그는 삶을 원망하기보다 춤을 선택했다. 생각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었다.

오이의 촉수 또한 그러하다. 한 번 놓치면 다른 곳을 향해 다시 손을 내민다. 실패보다 연결을 먼저 배우는 생명의 방식이다.

버티컬 AI 시대에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기술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촉수, 책과 삶을 잇는 촉수, 지역과 미래를 잇는 촉수가 함께 자랄 때 기술 또한 사람을 향하게 된다.

CBMC에서는 일터를 사역지라고 말한다. 조르바는 내게 일터가 단순히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학교가 될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포천에서 이어지는 작은 독서모임 역시 같은 의미를 품고 있다. 함께 읽고, 함께 질문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다.

휴가는 반드시 멀리 떠나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빗소리를 듣고, 백일홍을 바라보고, 오이 촉수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사람은 다시 자신을 만난다.

돈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AI는 세상을 더욱 빠르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끝까지 사람답게 만드는 힘은 여전히 인문과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해 뻗는 작은 촉수에 있다.

오늘도 포천에서는 그 촉수가 조용히 자라고 있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7월 2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