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어긋난 순간에도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입니다.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처럼, 세상에 쓸모없는 순간이란 없음을 보여주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입니다.
"뭘요. 그럴 수도 있죠." "흐르는 물이 굽이진 길을 만나면 돌아가듯, 우리 삶에도 잠시 흔들리는 여울목이 있는 법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럴수도 있죠"
상대의 실수나 결함을 대자연의 순리처럼 담담하게 수용하는 말입니다. 완벽함을 요구하기보다 인간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귀한 고견을 마음에 깊이 심어두고, 오래도록 숙성시켜 바른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즉각적인 반박이나 형식적인 수긍 대신, 상대의 말을 내면에서 귀하게 키워내겠다는 약속입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학이시습(學而時習)'의 태도처럼, 타인의 지혜를 내 삶의 거울로 삼는 겸허함이 묻어납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 덕분입니다." "세상에 홀로 피는 꽃은 없습니다. 오늘 제가 피워낸 꽃은 여러분께서 보태주신 따스한 햇살과 바람 덕분입니다."
나의 성취를 나의 공으로 돌리지 않고 주변의 인연에게 돌리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나의 기쁨은 결국 타인의 은혜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하는 가장 아름다운 헌사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빙산의 아래쪽처럼, 가슴속에 말 못 할 무거운 돌 하나 품고 삽니다.
그 깊은 숨은 뜻을 헤아려봅니다."
드러난 현상 너머의 본질과 아픔을 꿰뚫어 보는 자비로운 통찰입니다.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그의 침묵과 사정까지도 존중하겠다는 고결한 인격의 표현입니다.
"아닙니다. 저도 틀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늘 미완성의 문장을 써 내려가는 사람일 뿐입니다. 제 안의 어둠을 밝혀줄 당신의 등불이 언제나 필요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무지의지(無知之知)'의 현대적 실천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타인과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며, 내 인격의 퀄리티도 함께 높아집니다.
"거꾸로 요즘은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이 바다를 향해 가듯, 날마다 함께하는 여러분의 깊은 바다에서 삶의 지혜를 한 두레박씩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나이나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입니다. 주변의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모실 줄 아는, 가장 지극하고 원만한 지식인들의 고백입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동은 마음의 자취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만하고 지극한 말들로 인해 머무는 곳마다 사람의 향기가 가득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 김남영 / 동두천노인대학 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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