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분명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IT 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일부 대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서울의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수십억 원씩 상승하며 자산 가치 또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통계상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거리의 상가는 비어가고 있다. 화려한 숫자 뒤에서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하고, 청년들은 미래를 포기한 채 살아간다.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은 노력보다 자산 보유 여부가 인생을 결정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 고금리, 고물가, 소비 위축,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 그리고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특히 최저임금 문제는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과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견기업과 동네 식당은 같은 경제 구조 속에 있지 않다. 대기업은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있지만 하루 매출 수십만 원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하다. 결국 고용을 줄이거나 가족 노동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다시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대립이 아니다.
정작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서로를 원망하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인지 묻는다면, 필자는 경제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상승한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청년이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중산층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소상공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나라다. 사회적 약자가 절망하지 않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더욱 부유해지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노동소득만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의 고착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소상공인 생존정책에서 성장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지원금이나 대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전환 지원, 온라인 판로 확대, 지역 상권 활성화, 공공구매 확대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둘째, 부동산과 금융자산 중심의 자산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청년과 무주택 서민들이 장기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는 희망을 잃게 된다.
셋째,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일자리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지방 중소도시가 무너지면 국가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 기업 유치, 교통 인프라 확충, 규제 완화, 지역 특화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넷째, 정치권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는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국민들이다. 민생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 역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과도한 진영 갈등과 혐오를 넘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노동자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하고, 소상공인 역시 노동자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 경제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주식시장 지수와 경제 성장률만 바라보는 나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나라로 나아갈 것인가.
국민이 희망을 잃지 않는 사회,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 소상공인이 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사회, 그리고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다.
경제의 목적은 숫자가 아니다.
국민의 행복이다.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를 넘어 국민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