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포천연극협회 회장)
실학파의 대가 연암 박지원이 쓴 초정집서(楚亭集序)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옛 법도에 맞게 하되, 새로운 것을 창조 한다는 뜻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지금부터 약 이백년 전에 후학들에게 가르쳐준 철학(哲學)으로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하라는 계도의 뜻이 담긴 말로 알려져 있다.
연암이 활동하던 18세기 당시에는 문체의 모방과 관련한 황당함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연암은 이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ꡒ아! 옛것을 본받는 사람은 묵은 틀에 빠지는 것이 탈이고 새 문체(文體)를 만드는 사람은 상도(常道)에 어긋남이 걱정이다. 진실로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능히 변화(變化)시킬 것을 알고 새 문체를 만들면서도 고전에 근거(根據)를 둔다면 지금 그 사람의 글도 고인(古人)의 글과 같을 것이다.ꡓ 이 말 속에는 훌륭한 문학작품이란 항상 전통적인 영향 하에서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그것의 독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고문이라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모방이며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18세기 조선 사회는 한(漢)?당(唐)의 문체를 모방하고 그것과 비슷하게 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이런 연암의 노력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속에서도 문화발전과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 있는 철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례로 문화는 문학적 작품이나 예술적 행위의 전승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일정한 목적이나 생활,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활동과정이나 그 속에서 이룩한 물질적․정신적 소산모두를 일컫는 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문․예술․종교․도덕 등 인간의 내적 정신활동의 소산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문화라는 말은 정신활동을 뜻하는 경우와 생활양식을 총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의 일상용어 가운데 한국문화, 대중문화, 바캉스 문화, 자동차 문화, 청소년 문화, 문화생활, 문화재, 인간문화재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문화라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문화의 특징은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으로 창조한 것이며 사회구성원들 간에 상호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는 다른 사회와 구별되는 공통적 경향이 있는데 인간은 태어나면서 특정한 문화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속에서 문화를 습득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대간에 전승되고 언어를 통해 전해지며 지식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문화를 이루고 있는 각 부분은 상호 연관되어 하나의 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일정한 유형을 가지게 된다.
시간적인 면에서 볼 때 문화는 항상 변화하고 전승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첨가되거나 기존의 것이 소멸되기도 한다. 또한 문화는 인간에 의해 형성되어지고 형성 후에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특정세대, 특정사회의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발생되는 문제들을 공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긴 것이므로 지리적인 면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포천의 지역문화는 시대적 생활상. 존재하는 문화재, 전승된 관습, 구전문학, 학문적 학파의 존재, 예술작품 등 현재의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이 세상에 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분명히 다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포천 지역사회가 우리지역 내에 있는 인적자원의 활용이나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정직하게 발전시키는 일에는 자치단체는 물론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소홀히 했었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기업을 경영할때 자기만의 고유기술이 없으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남의 기술을 가져다 써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경제만이 아니라 예술작품,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분야가 공통적으로 고유의 문화를 재창출하지 않고 그 사회의 모든 것을 외부에만 의존한다면 끝내는 절망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계해년 한해는 우리만의 고유성이 담보된 것을 상품화하는 일에 온 정열을 다 바쳐야 하는 것이다.
금년 한 해 동안에는 무절제한 쾌락의 추구나 자연과 자원의 훼손과 공해, 계층간 빈부의 격차, 인간관계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 등 여러 가지 결함이 있었다면 스스로 보완하여 우리지역사회 전반에서 옛 조상의 지혜를 토대로 한 새로운 발전적 행위의 표출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무한하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지역사회 전반에서 옛길을 바로 익혀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