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ꡒ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에서 권력, 물질, 힘, 언변, 개성 등등을 내세워 기쁨을 찾으려고 하지만 보편적 잣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진정성을 획득할 수 없다ꡓ
올해의 화두는 정해년이다 보니 단연 ꡐ황금 돼지ꡑ다. 돼지는 먹성이 좋아서 그런지 욕망을 채우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말미암아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서민들은 자신들의 물질적 욕망을 실현시켜줄 정권으로 지지했던 현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치솟는 집 값에 절망한 나머지 대기업이나 특권층의 지지를 받는 야당에게 손을 들어줄 모양이다. 인간이란 배가 고프면 당연히 주린 배를 채워줄 자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유, 평등, 정의, 사랑 등은 삶의 사치품이 되어버리고, 노예라도 좋으니 돈만 많이 벌게 해주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한 야당 대선 후보는 지지도가 50프로에 육박하여 벌써 대권을 따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형국이다. 그가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사업이 경제 활성화의 상징이 되어 우리의 행복을 가져다 줄 신의 손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인생이 정말 그런 것인가. 그런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이 우리들의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것들이 해결되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내면적 가치들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인가. 우리 선조들은 현세대보다 훨씬 빈곤했어도 선비들은 청빈낙도할 줄 알았고,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라고 외쳤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아도 그보다 높고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고 하였던 것이다. 인간의 삶은 배부른 돼지보다 개체로서의 인격이 존중받고 그의 사회적. 도덕적 가치가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심지어 기생 황진이조차도 높은 관료들의 수청을 들어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구현하고, 그녀가 추구하는 진정한 예술의 혼을 살리고자 했기 때문에 후세까지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셰익스피어는 세상 사람들의 얄팍한 삶의 모습을 그의 소네트에서 마음껏 비웃는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에서 권력, 물질, 힘, 언변, 개성 등등을 내세워 기쁨을 찾으려고 하지만 보편적 잣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진정성을 획득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ꡒ어떤 이는 자기의 문벌을 자랑삼고, 어떤 이는 솜씨를 자랑삼고, 어떤 이는 재산을 자랑삼고, 어떤 이는 체력을 자랑삼고, 어떤 이는 잘 어울리지도 않는 유행의 옷을 자랑삼고, 어떤 이는 매나 사냥개를 자랑삼고. 어떤 이는 말을 자랑삼고 있소. 사람은 기질에 따라 각각 다른 만족감을 갖게 마련이오. 이 만족감 안에서 사람의 기질은 무엇보다도 기쁨을 찾아내게 마련이오. 그러나 그런 개성적인 취미는 행복의 기준이 못되고, 이것들은 다 하나의 최고의 보편적인 것을 능가하지는 못하오.(소네트 91)ꡓ
셰익스피어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보편적 가치 중에서 단연코 사랑을 꼽는다. 화려한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고관대작들의 귀여움을 받는 것보다 산골초가에서 자신의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님과 호젓하게 사는 것을 택했던 황진이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세속적인 부자, 관료 나부랭이들의 판단보다 자신의 영혼을 꿰뚫어보고 그녀의 영혼과 온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명의 연인이 더 가치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인생에서 두려워해야 할 한 가지는 현상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의 상실이 아니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리는 것이리라.
ꡒ나에게는 그대의 사랑은 훌륭한 문벌보다도 고귀하고, 재물보다 값지며, 호화스런 의복보다도 자랑스럽고, 매나 말을 갖는 것보다도 기쁨이오. 그대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모든 사람의 자랑거리를 갖고 있다고 자랑삼을 수 있는 것이오. 그대가 이 기쁨을 도로 빼앗아가지나 않을까 하고 나는 떨고 있소. 이것만이 나의 슬픔이며, 이것이 나를 슬프게 하고 있소.(소네트 91)ꡓ
이 소네트의 화자가 말하는 사랑은 단순한 에로스적 사랑만은 아니다. 이 사랑은 우리를 구원해줄 신앙적 구세주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우리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죽마고우도 될 수 있다. 그 대상이 속세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대상이라면 말이다. 이 사랑은 결코 육체의 찰나적인 쾌락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삶의 실존적 가치에 맞닿아 있는 근원적인 것이기에 그 것의 결핍은 우리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메마르게 하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들의 물질의 황금돼지를 구하기보다는 영혼의 샘을 파헤치는 해가 되기 원한다. 그 사랑의 샘은 대권주자가 결코 해결해주지 못한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진정한 영혼의 갈구함을 깨닫고 스스로가 추구하는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갈구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