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아래, 개성인삼조합 옆 옥정~포천 광역철도 제3공구(환기구 S6) 현장의 펜스와 크레인이 당당히 세워졌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공사 현장의 풍경일지 모르나, 포천 시민들에게 이 펜스와 크레인은 단순한 가림막과 크레인이 아니다. 그것은 70년 안보라는 미명 아래 희생과 인내를 강요받았던 군사 도시의 허물을 벗고, 미래를 향한 철길이 비로소 열렸음을 알리는 '희망의 이정표'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철도 오지' 포천. 세종~포천 고속도로와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포천~화도)가 개통되며 도로망의 숨통은 틔었으나, 대중교통의 핵심인 '철도'의 부재는 늘 포천 발전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이제 양주 옥정에서 포천을 잇는 총연장 17.1km의 구간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2029년 준공 및 개통을 목표로 하는 이 거대한 전진은 포천의 지도를 바꿀 역사적인 변화의 시작이다.
철도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 아니다. 경제를 흐르게 하고 문화를 소통시키며 인구를 유입시키는 생명선이다. 옥정~포천 광역철도가 완공되면 포천은 수도권 2,700만 시민이 단숨에 달려올 수 있는 '수도권의 제주도'로 거듭날 것이다. 포천이 보유한 천혜의 자산들은 이제 철길을 타고 전국으로 뻗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 포천은 자부할 만한 문화·관광 자산이 넘쳐나는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비경과 비둘기낭 폭포, 하늘다리, 그리고 최근 명물로 떠오른 'Y자형 출렁다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국립수목원(광릉숲)이라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와 포천향교, 세 곳의 서원은 포천의 정신적 뿌리를 지탱한다. 특히 조선 시대 선비들이 예찬했던 영평팔경(永平八景)의 수려한 경관과 시대를 초월해 보존되어 온 50개의 향토유적, 그리고 3개의 경기도 기념물(포천향교, 이항복 선생 묘역 등)은 포천의 품격을 뒷받침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산정호수, 허브아일랜드, 평강랜드 등 사계절 관광지와 명성산, 운악산, 왕방산의 수려한 산세는 지친 현대인에게 안식을 주는 최고의 휴양지다. 또한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는 이미 전국구 브랜드이며, 개성인삼과 해솔촌쌀, 사과와 포도, 느타리버섯 등 비옥한 토양이 길러낸 특산물은 포천의 자랑이다. 철도가 개통되면 이러한 역사·문화 자원과 먹거리 문화는 비약적인 시너지를 내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현재 포천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해 '인구 감소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위기를 겪고 있다. 8,000여 개의 중소 영세 제조업체가 묵묵히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대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철길이 열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류 비용이 절감되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면 대기업의 발길이 이어지고, 젊은 층이 유입되는 '활력 도시'로의 체질 개선이 현실화될 것이다.
나아가 포천 시민들은 더 큰 꿈을 꾼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GTX-G 노선의 출발지가 포천역이 되기를 강력히 염원하고 있다. 광역철도의 적기 개통을 넘어, GTX와의 연계를 통해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을 30~40분대로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의 허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70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사격장 소음과 개발 제한을 견뎌온 포천 시민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자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다.
이제 공사는 시작되었다. 정부와 경기도, 그리고 포천시는 2029년이라는 약속의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예산 확보에 차질이 없어야 함은 물론, 공사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와 민원 해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시민들 또한 공사 중 발생하는 일시적인 불편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해하며 한마음으로 응원해야 할 때다.
철길은 소통이다. 옥정~포천 광역철도는 포천을 고립된 군사 도시에서 열린 관광·산업 도시로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가 될 것이다. 2029년, 포천역으로 들어오는 첫 열차의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 포천은 비로소 경기 북부의 맹주로서 당당히 비상할 것이다. 그 찬란한 미래를 향해, 우리는 첫 삽을 뜬 철길 위에 포천의 모든 희망을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