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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에세이] 생명보다 더 중요한 우정이 가능한가

친구는 어떤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 사귀거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내 옆에 존재하는 것이 순수한 기쁨이 되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13일

 

 


박정근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가 바탕에 깔려있다. 세상의 중요한 가치들을 돈으로 사거나 회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진 자들이 사회 곳곳에 횡행한다. 종교적인 진리보다는 돈을 앞세우는 자들이 종교의 지도자로 나서거나, 시민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보다는 당장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경제통을 선호하는 매우 실용적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예술성보다는 흥행성을 먼저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인간의 귀중한 가치인 사랑과 우정도 본질보다는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한다.


셰익스피어의 ꡒ베니스의 상인ꡓ은 이러한 세태와는 대조적인 진정한 우정의 모델을 보여준다. 안토니오와 바사니오는 한 생명을 나눈 분신들처럼 어느 한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우정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평소 다소 방탕한 바사니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벨몬트의 부호의 딸에게 구혼하기 위해서 거액을 꾸어달라고 부탁하자 안토니오는 두 말하지 않고 매우 위험스러운 조건으로 고리대금업자 야일록에게 삼천 더커트라는 거금을 대신 빌려줌으로써 친구로서의 최대의 신뢰를 보여준다. 게다가 약속기한을 어겼을 경우 자신의 살 한 점을 요구하는 증서에 서명하는 용감성은 더욱 빛나 보인다. 또한 바시니오가 사정에 의해 약속기한을 어긴데다가 자신의 상선이 폭풍에 난파되는 불행이 겹쳤는데도 불구하고, 안토니오는 바사니오가 자신을 배반해서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리라고 믿는다.  관객들은 그가 친구에 대한 완벽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에 놀란다.


물론 바사니오의 우정 또한 그에 못지 않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안토니오의 편지를 받고 그를 구하기 위해 수배의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샤일록의 복수에 대한 완고한 고집 때문에 그의 구원의 계획이 좌절될 상황을 맞이한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이 꾀하는 그의 죽음을 우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바사니오에게 말하기를 ꡒ부인께 전해주게. 이 안토니오의 최후의 과정을 전해주게. 내가 자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해 주고, 죽은 후에 나를 좋게 말해주게. 자네가 친구를 잃은 것을 슬퍼만 해준다면, 나는 자네의 부채를 갚은 것을 조금도 슬퍼하지 않겠네. 저 유태인이 칼을 푹 찔러만 준다면, 나는 당장 내 심장을 모조리 바쳐서 채무를 청산할 결심이니 말일세ꡐ라고 자신의 우정의 진정성을 표현한다. 여기에 대해 바사니오는 자신의 아내가 생명보다 소중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이 친구의 생명보다 귀하지 않다고 토로한다. ꡒ여보게 안토니오, 내가 얻은 그 아내는 내게 생명과 같이 소중한 사람이네. 그러나 그 생명도 아내도, 아니 이 세계도 내게는 자네의 그 생명보다도 소중하지 못하네.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으니, 자네 생명만은 구해내고 싶네.ꡓ  혹자는 두 사람의 우정이 너무 지나쳐 동성애에 가깝다고 꼬집는 비평가도 있지만 이것은 우정의 농도가 매우 짙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을 뿐이다.


포샤의 지혜로서 안토니오의 생명을 노리는 샤일록의 보복을 좌절시킨 후에도 바사니오는 그의 우정을 가늠하는 시험을 치른다. 즉, 남편인 바사니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반지를 남에게 주어서는 안된다는 포샤와의 언약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오의 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반지를 달라는 가짜 박사, 포샤의 짖궂은 요구에 결국 우정을 위한 선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IMF시기에 친구를 위한 빚 보증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도산하기도 하고 파탄에 직면했던 상황을 기억한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 할지라도 자신의 가정이 결단나는 상황이 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친구를 저주하기도 하고, 그와 의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이 오면 친구간에 서로 우정을 나누었던 행복과 온정의 기억은 일순간 사라지고, 그의 결점들만이 되살아나면서 과거의 신의를 현재의 저주의 원인으로 삼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말았던 것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친구의 불행은 염두에 두지 않고 돈 거래를 하였다면 그 우정은 뿌리가 튼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도산을 막기 위해서 많은 친구들을 희생물로 삼으려 했다면 그 또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논어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있다. 친구는 어떤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 사귀거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내 옆에 존재하는 것이 순수한 기쁨이 되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친구와 나누는 작은 정담이나 지혜는 서로의 영혼의 영양분이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죽마고우에게는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에게 어떤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정이란 인간성에서 매우 귀중한 가치이며, 어떤 물질적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의 보석인 것이다. 돈으로는 어떤 물건도 살 수 있지만 진정한 우정은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자.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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