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 이 조용한 산촌이 최근 들어 학계와 탐방객,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중심엔 바로 한탄강 지류 아우라지 절벽 아래에 형성된 독특한 현무암 지형,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있다. 2013년 2월 12일에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된 이곳은 지질학적으로나 경관적으로나 그 가치가 매우 크다.
‘베개용암(Pillow Lava)’은 마치 베개를 포개놓은 듯한 둥근 모양의 암석 구조를 말하는데, 뜨거운 용암이 찬물과 맞닿아 급격히 냉각되면서 형성되는 매우 희귀한 지형이다. 일반적으로는 바다 속에서 발생하지만, 아우라지처럼 내륙 하천 유역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학계는 이 베개용암이 신생대 중기 무렵,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된 현무암질 용암이 남서 방향으로 흐르다가 한탄강과 만났을 때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흐르던 용암이 차가운 강물에 부딪히며 식는 과정에서 다수의 베개 모양 암석이 겹겹이 쌓였고, 그 지질이 아우라지의 절벽을 따라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다.
현장에 가보면, 절벽 아래 강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그 위에 형성된 베개형 바위들은 마치 지구가 오래전 써내려간 비밀스러운 시 한 편처럼 느껴진다. 특히 주상절리와 함께 어우러진 암석 패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지질학 교과서이며, 자연이 빚어낸 미적 감동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구성 요소로 지정되어 있으며, 각종 지질답사와 생태학습,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하지만 단지 학술적 가치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이 베개용암은 지역의 소중한 자연 자산이자, 포천시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탐방객과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이토록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지형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포천시가 지속적으로 보존과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면, 생태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자연유산 앞에서 가져야 할 겸손과 책임의 태도이다. 베개용암은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수천만 년 동안 이어진 지구의 호흡, 불과 물, 시간과 바람이 함께 써내려간 한 편의 긴 이야기다. 이 아름다움을 알고, 함께 지키며,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존중이다.
포천 창수면 신흥리. 이 조용한 이름 속에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과학의 경이, 그리고 지역의 가능성이 함께 숨 쉬고 있다. 올여름, 자연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든 이곳에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당신의 발길 앞에 펼쳐질 장면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