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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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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통계조작(統計造作)이 회자(膾炙)되고 있는가. 한심한 일이다. 통계는 숫자가 기본(基本)이다. 통계의 정확성·중립성·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조작(造作)을 주도했다면 경제학의 신뢰(信賴)를 허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는 재정 통계를 속였다가 부도 위기에 몰려 9년간 구제금융을 받았다. 중국 통계는 지금도 믿을 수 없다. 경제가 나빠져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처방이 어렵다. 정부 통계는 정책 결정의 근간이 된다. 유리한 통계만 골라 써도 오판(誤判)을 부르는데 통계 자체를 조작했을 때의 부작용은 말해 무엇 하랴. 국민을 속이고 수렁에 빠뜨리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조사되면 해당 지역 부동산원 지사장이 국토부로 호출돼 ‘소명(疏明)’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중에는 말단 조사원까지 국토부로 불려가 시달렸다. 시범적으로 불려간 뒤에는 ‘호출하겠다’고 넌지시 말하는 것만으로도 겁먹게 된다. 부동산원 본사도 지사 조사원들에게 특정 숫자를 제시하면서 ‘상승률이 이 숫자 이상으로 나오게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방면으로 압박을 받은 조사원들은 직접 조사한 아파트 가격 대신 이를 임의로 깎은 가격을 입력했다. 이렇게 거짓으로 집계된 가격 상승률조차도 너무 높다고 생각되면 본사가 값을 더 깎아서 청와대와 국토부로 보냈다. 숫자는 무서운 힘을 갖는다. 10은 10이다. 100이 될 수 없다. 평가와 판단의 객관적 근거가 된다. 아무리 유능한 경영자도 매출·이익이 저조하면 버티기 힘들다.
성장률이 둔화(鈍化)되거나 실업자가 늘면 정부가 궁지에 몰린다. 물론 숫자가 늘 명료한 건 아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낳는다.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진실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더 무섭다.명료한 듯 명료하지 않은 숫자의 맹점(盲點)을 이용해 눈속임을 하는 ‘숫자놀음’이 여전하다. 실적을 내야 하는 정부와 민간 공히 유혹(誘惑)에 빠진다. 지난해보다 이익이 감소한 건 덮어두고 올해 목표치를 넘어선 점만 강조하기도 한다.
나쁜 경제지표의 발표 시기를 선거 후로 늦추거나 불리한 숫자가 나온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는다.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조사 방식이나 산출 기준을 유리하게 바꾸기도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는 게 숫자에 손대는 통계 조작이다. 예전에도 있었다. 90년 일부 시·도가 예산을 더 타려고 인구를 허위로 늘렸다. 시·도가 신고한 인구를 모두 합치니 실제 인구보다 50만 명이나 많았다.
2001년 노동부 산하 고용센터는 취업자 수를 부풀렸다. 취업한 근로자를 다시 실적에 포함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취업자로 변조하는 수법을 썼다. 감사원이 최근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일각에서 “예전에도 있던 일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에 있었으니 지금 해도 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 그보다 더 나쁜 이유가 있다. 2016년 이후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거나 외압을 행사하면 법 위반이다.
당시 신설된 통계법 27조 2항은 누구든 공표 전 통계를 받아보는 것을 불법으로 못 박고 있다. 정부 수뇌부가 집권 내내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에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전처럼 한두 기관이나 일선 실무자의 일탈(逸脫)이 아니라고 한다.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다 날린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 관계자는 통계 조작 감사 결과에 대해 “국가 장래를 위해 엄정하게 다스리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일”이라고 일갈(一喝)했다. 그는 “국가의 기본 정책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欺罔)한 정부는 기업으로 치자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인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거래 상대방의 해외 투자자와 해외 시장을 기망한 것”이라고 직고(直告)했다. 식(食)과 병(兵)과 신(信) 가운데 끝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신(信)이라 했다. 신뢰(信賴)를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다. 위정자(爲政者)들이 새겨들을 일이다.
이규임 / 포천신문 자문위원,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칼럼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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