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상 이런 기록이 있을까? 한평생을 살면서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이 모두 영의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서 수상, 재상, 승상, 영상, 수규, 상상 등으로 불리워졌던 중앙 최고위 관직 정1품으로 품계는 대광보국 숭록대부(大匡輔國 崇祿大夫) 이다.
이러한 영의정을 한 사람도 아닌 세사람과 일생을 살았으니 그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조선조를 통틀어 162명의 영의정 중 3명과 함께 살았으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중종조때 영의정을 역임한 송질의 딸이자 영의정 홍언필(洪彦弼)의 부인이며 영의정 홍섬(烘暹)의 어머니 송씨부인(宋氏夫人)이다.
아버지 송질은 이조판서, 우천성, 우의정, 좌의정을 지내고 영의정이 되어 67세의 인생을 살 았다.
남편 홍언필은 문과에 2번이나 급제해 대사헌, 4조판서, 우좌영의정을 역임하고 위사공신(衛社功臣)으로 익성부원군(益城府院君)에 봉해지고 궤장까지 하사 받았다.
아들 홍섬은 양관 대제학, 이조․예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을 3회나 역임했고 청백리에 녹선되는 영예도 안았다. 궤장도 하사 받았다.
이런 까닭으로 당시에 왕비는 송부인이 나타나면 꼭 일어서서 마중하며 깍듯이 존경을 표했다고 하는데 그 까닭을 묻자 왕비는 자신은 남편이 임금일 뿐이지만 송부인은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이 모두 영상을 지냈으니 어찌 내가 공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다.
송부인은 예의범절에 밝고 부덕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여장부였다고 한다.
송부인의 어머니는 성격이 거칠고 사나우며 행동이 과격하고 질투도 심하여 악처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래서 친정아버지 송질은 세 딸이 혹시 모전여전으로 어머니의 성격을 닮을까 걱정되어 세 딸을 불러놓고 한바탕 연극을 하였다 한다.
딸들 앞에 약을 한사발씩 내놓고 말하기를 "얘들아 너희들이 어머니를 본받아 극성을 부리면 다음에 시집을 가더라도 송씨가문에 누가 미칠 터이고 또 그 때문에 집안이 화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 얼굴까지도 먹칠을 하게 될 터인즉 그럴 양이면 여기 이 약이 독약이니 모두 마시고 죽어라."고 노기에 찬 얼굴로 설교를 했더니 위로 두 언니는 절대로 어머니를 본받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했으나 셋째인 송씨부인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본마음대로 살지 못하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르겠느냐"고 선뜻 약사발을 들이켰다고 한다.
물론 그 약은 독약이 아니라 보약이었지만 여장부같은 송씨부인의 기개가 발휘되었고 딸들의 기질을 시험하고 길을 들이려던 송질은 셋째 딸의 기개에 미소를 짓고 말았다.
몇해 전 미국에서 간행된 "세계 유명 여류인사"명단 속에 신사임당을 제치고 송씨부인이 한국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올랐다고 한다.
한국에 있어서도 전무후무한 일이지만 아마 세계사에서도 이런 기록이 있었을까?
이런 강한 의지와 기개를 겸비한 여장부 송씨부인의 풍성한 탓인지 남편 홍언필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승승장구 영의정까지 치달았고 아들 홍섬도 벼슬생활에 충실하면서 근검절약하고 청빈하여 영의정을 지내고 청백리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홍섬은 70세때 궤장을 하사 받았는데 87세의 송부인이 그 광경을 보니 역사에 없었던 경사였다.
여자로 태어나 이보다 더 좋은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있었을까?
리효종 포천한시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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