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기침, 가래가 심해지고 숨이 차다”며 60대 남자 환자가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저는 “혹시 담배를 태우시나요?” 하고 여쭈었는데, 담배 끊은 지 5년이나 되셨다고 합니다. 그럼 5년 전에는 담배를 얼마나 태우셨는지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환자분께서는 “하루에 2갑씩 한 30년은 피웠지”하시며 겸연쩍은 듯 웃으셨습니다.
호흡기내과인 제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담배의 위험성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금연을 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나는 이제 담배를 끊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 곧장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담배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질환들 가운데 정말 많은 환자분들이 지금도 여전히 앓고 계시지만, 미처 ‘병’이라고 인식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입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는 보통 고령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자분처럼,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시면 병원에 찾아오십니다. 이런 환자 대부분은 흡연 경험이 있거나 현재도 흡연을 하고 계십니다. 담배를 피울 때 담배연기는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가지 않고 기도로 들어가게 되고, 이 담배연기가 기관지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점액이 증가하고 작은 기관지들의 폐쇄가 일어납니다. 기관지가 폐쇄되면 폐포가 손상돼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어려워지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든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 담배연기 때문에 기도 점막 손상 및 점액의 과다 분비로 세균 감염에도 취약해져서 폐렴이 쉽게 오고, 폐렴이 왔을 때에도 호흡 곤란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장기간의 흡연은 정상 폐조직을 파괴하여 폐기종을 만드는데요, 폐기종이 있는 부위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어 폐활량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런 모든 과정과 증상을 우리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을 한 적이 있는데, 점점 기침과 가래가 늘어나고 호흡 곤란이 생긴다면 한번쯤 의심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심한 운동을 할 때만 예전과 다른 호흡 곤란을 느끼게 되지만, 어느 순간에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호흡 곤란이 올 수 있습니다. 이때 만약 저산소증이 동반된다면 심장과 같은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폐기능 검사로 진단을 하게 되며, 폐기종 유무는 흉부 엑스레이나 흉부 CT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기능 검사에서 수치가 일정 정도에 못 미치면 흡입제 치료를 하게 됩니다. 흡입제 치료는 기도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혀주고 기관지 확장에도 도움을 줘 호흡 곤란 증상을 완화해줍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은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취약해져서 쉽게 폐렴이 올 수 있는데요, 이럴 때는 빨리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항생제 치료를 시작해야 더 큰 합병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심해져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산소 치료 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고, 폐포에서 이산화탄소를 잘 배출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산화탕소 중독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건강한 사람에 비해 폐암 발생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폐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흡연을 한다고 모두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또 오직 흡연만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원인도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장기간 흡연을 해도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유해 공기에 노출된 사람도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것은 한번 발생한 폐손상은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담배를 피우던 분이 금연을 하더라도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폐가 더 손상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금연을 시작해야합니다. 이미 심한 증상을 느낀 이후에 금연을 하게 되면 증상의 호전이 더디고, 이미 만성 증상으로 진행되어 나아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 시에는 입원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서 하루 속히 금연에 성공하셔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진단 받지 않고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시다면 병원을 찾아 꼭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