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30분.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이 씨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 중이다. 길을 빙 둘러서 가면 집수조를 지나치지 않고 임시주차장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하 4도를 밑도는 매서운 겨울날씨는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결국 집수조 옆을 지나가는 길을 택했다. 임시주차장은 말 그대로 임시로 만들어진 탓에, 가는 길에 제대로 된 조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씨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불빛을 이용하려는 생각이다. ‘아참, 아까 핸드폰이 꺼졌지.’ 설상가상이라더니, 이날따라 핸드폰도 무용지물이었다. 퇴근을 서두른 탓인지 임시주차장 쪽으로 오고 있는 사람들도 아직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또 한 번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 씨는 옷을 여미며 다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어두운 길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만 이 씨. 순간 집수조 가장자리에 위치한 얕은 턱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이 씨는 폐수 속에 풍덩 빠졌다. 폐수의 깊이는 보통 성인의 키를 훨씬 넘어섰고, 물과 함께 진득한 슬러지가 뒤섞여있어 허우적거릴수록 안쪽으로 빠져들었다. 이 씨는 숨을 거둔 지 한참이 지나서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 재해발생 원인 안전난간 미설치하지 않았다. 야간에는 조도가 1~7럭스에 불과하다.
▶ 동종재해예방 대책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 상부 난간대를 바닥면으로부터 90cm 이상의 지점에 견고하게 설치, 폐수 집수조 주변 등 근로자가 넘어지거나 추락하는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75럭스 이상의 조명시설을 설치
* 관련 규정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조(출입의 금지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1조(통로의 조명)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 ▲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벌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