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원청업체 A사의 안전담당자가 현장을 점검할 차례였다. 300kg짜리 중량물을 발사하는 작업인 만큼 발사대와 회수대를 꼼꼼히 확인하는 일이 필수다. 작업자들은 피그 발사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대기하는 동안 최 씨가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요즘 따라 작업복에 정전기가 잘 난다”고 말했지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최 씨는 가스농도에만 신경 썼을 뿐 정전기가 점화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용접공 김 씨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이 원래 다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가연물, 산소, 그리고 점화원… 폭발의 세 가지 조건 현장 점검은 금세 끝이 났다. 발사대를 살펴본 안전담당자는 질소 호스가 빠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굵은 철사로 고정하라고 지시했다. 피그를 밀어내는 질소의 압력에 못 이겨 호스 연결부위가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굵은 철사를 챙겨서 발사대로 돌아왔다. 움직이는 동안 작업복에서는 작은 정전기가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한 최 씨는 손에 쥔 철사를 발사대 금속 부분에 무심코 갖다 댔다.
몸을 타고 흐르던 정전기가 철사를 통해 방출된 그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화염이 치솟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나마 발사대 쪽에서 떨어져있던 작업자들은 재빨리 몸을 피해 경상에 그쳤지만, 제관공 최 씨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용접공 김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가연물인 가스, 산소, 그리고 점화원이 된 정전기까지. 폭발의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대참사였다.
▶ 재해발생 원인 가스를 제거하고, 제전복을 입었더라면 원유배관 내부에 남아 있는 인화성 증기 제거 미조치, 정전기 방지 기능이 없는 합성섬유 재질의 작업복 착용
▶ 동종재해예방 대책 원유배관 내에 인화성 증기가 체류되지 않도록 배관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배유작업 실시, 충분한 환기로 안전한 상태(폭발 하한의 25% 이하)를 유지, 대전 방지기능이 있는 의류와 장갑, 신발을 착용하는 등 제전조치, 불꽃이나 아크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금속류 수공구는 사용금지
* 관련 규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관리감독자의 유해ㆍ위험 방지 업무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의 작성 등)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5조(정전기로 인한 화재 폭발 등 방지) ▲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 ▲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벌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