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어렵게 섭외한 신읍5통 경로당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식사와 정을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읍5통 경로당은 포천시내와 외곽의 경계선에 위치한 경로당으로 주변에 포천 고등학교를 비롯해 법원 등기소 등 포천시의 많은 기관과 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원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리던 곳이다.
원모루라는 지명은 옛날 마을 앞에 낮은 야산이 있어 한양을 가다가 주막 모퉁이에서 쉰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원모루는 자연마을로 150년 전 경주이씨가 이주하면서부터 형성돼 지금에 이르렀다.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인 현재까지도 경주이씨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이진우 회장은 “4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경로당에 있는 6명의 남자 회원 중 세명이 이씨 성을 가지고 있었다.
경로당 섭외 당시 이진우 회장은 “낮에 회원이 없어서 취재가 힘들다”며 요청을 거절했으나, 기자가 재차 부탁하자 “6시 이후에는 가능하다”고 한 수 물러났다. 오후 6시, 경로당에 도착하자 여성 회원들만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회원들 하나 둘씩 모이며 자연스럽게 부엌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신읍5통 경로당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전통이 있었다.
운 좋게도 식사시간에 방문해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6명의 여성 회원이 차린 음식은 최고의 만찬이었다. 손수 담근 깻잎과 김치찌개는 천하일미였다. 더불어 남성회원들의 상에 차려진 반주는 천하일미와 만나 신선들이 먹는다는 선인주(仙人酒)를 떠올리게 했다.
이제는 도시화로 농토가 상당 부분 택지 및 상가로 변했지만 아직도 가구마다 채소밭을 경작해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재료에 부담이 없어 맛이 있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자 회원들이 하나 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회원들은“경로당 회원은 36명이다. 이진우 회장과 이봉우 총무, 이풍우 전임회장은 같은 이씨 집안 사람이다. 특히 남·녀 회원 모두가 금연으로 인해 건강이 좋아져 회원 모두가 혈색이 좋고 유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소개했다.
과묵했던 이진우 회장도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취재하러 와서 고맙다”고 운을 떼며 “지금처럼 회원 모두가 재밌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하며 경로당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