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는 공무원행동강령보다 강화된 반부패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다가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2010년 스폰서 검사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 계기가 되어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당시에 이들 사건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라는 이유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자,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들끓자 2011년 6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의 임직원 등 400여만 명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분을 받게 되며, 식대·경조사비 등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기자협회, 인터넷미디어 언론사, 사립학교/유치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 법안은 있을 수 없는 법안이라며 4가지 이유(언론인 사립교원 포함여부·배우자 금품수수 시 공직자의 신고의무 수수허용·금품액수 대통령 위임 부정청탁 사회상규 개념모호)를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는 법안이라며 결국 지난 7월 27일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17개월 만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공직자에 포함하는 사안에 대해 7대 2의 표결로 합헌 결정을 내렸고, 헌법결정문을 통해 “국민들은 언론과 교육 분야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맞먹는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이들을 ‘공직자 등’에 포함한 입법자의 선택을 수긍할 수 있다”고 합헌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의가 5월 9일 내놓은 시행령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되며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또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원 이내로 제한했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며,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오랫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뿌리깊은 접대문화에 일대변혁이 올 것이라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언론을 통한 각종 부정적인 시각들이 기대감 및 기본취지를 흐리고 있다.
예를들면 소상공인들이 김영란법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식사 대접, 선물 제공 등이 줄어들면서 소비경기가 더욱 얼어붙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명절 선물에서 고가의 농축산물 소비가 감소하여 관련업종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여 한도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므로 ‘국회에서 법안 개정은 불가피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라는 식이다.
심지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5일 ‘김영란법’의 적용 금액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음식물과 선물의 한도를 각각 5만원과 1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결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기준 완화 주장은 김영란법의 입법취지 자체를 흔들리게 하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더욱이 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이 제외됐다는 점도 최대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시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 그 자신이나 친족이 직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어 직무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가령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자녀 취업 청탁 등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직무관련자와 금전·부동산 등의 거래하는 것, 소속 기관에 가족이 채용되도록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심사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제 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의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당이든 야당이든 김영란 법의 핵심인 이해충돌조항을 없애고 국회의원 예외규정을 만들어 반쪽자리 법안이 되어 버린 것이다.김영란법의 핵심은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전면금지’와 ‘부정청탁금지’다.
즉, 공공성이 강한 민간과 공직자의 영역에서 부패의 고리가 되는 일상적인 접대와 향응을 끊어내기 위한 근원적인 조치다.법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를 공동체 안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존재하므로 법은 지켜져야 한다.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악법은 법이 아니다. 이성과 상식에 맞지 않는 법은 폐지해야하고 더욱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현실이 존중되는 법의 제정과 해석, 적용과 운용이 새로운 현실에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김영란법의 시행에 따라 우리 사회는 김영란법을 통해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는 청백리로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시행도 하기전에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김영란법의 입법취지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뿐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 때 법을 개선해도 무방하며 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법안의 근본취지도 살아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