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망명을 신청했던 태영일 북한주재 영국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최근 국내로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17일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용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서열 2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선전 담당인 태 공사는 부인과 자녀들과 함께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것은 북한 탈북 외교관 중 지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주이집트 대사 다음의 최고위직 외교관이다.
이에 앞서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16일(현지 시간) "최근 제3국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의 이름은 태용호, 직급은 부대사"라고 보도했다. 태 공사는 빨치산 가문에서 태어난 덕분에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당시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태 공사는 중국에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이어 스웨덴 외교관 생활을 거쳐 귀국해 EU 담당 과장을 거쳐 10년 여 전에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던 태영호에 대한 북한당국의 신임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 가수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당시 수행을 맡은 장본인으로 이런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태영호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오해와 오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 공사의 집안을 보면 아버지인 태병렬은 1913년 출생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김일성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1997년에 사망했고, 태 공사의 형인 태형철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다.
태영호 공사의 부인 오혜선(50)도 빨치산 가문이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오백룡(사망) 전 노동당 군사부장과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69)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오씨와 혈연관계라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오씨 일가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모두 충성해 온 가문이다.
태영호 공사는 애초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미국 등 제3국으로의 망명을 원했으며 실제 가족이 북한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귀순을 최종 선택한 데는 자녀의 장래 문제가 첫번째 고려 요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태 공사의 큰 아들은 영국 현지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으며, 둘째 아들도 대학 입학을 앞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가 또 다른 탈북 동기로 언급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도 주요한 배경이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망명으로 북한 최고위 엘리트인 빨치산 가문의 동요 및 이탈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