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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호열] 세밑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최호열 기자 / chy90@unitel.co.kr입력 : 2016년 01월 04일
 
↑↑ 최호열 더불어 민주당 연·포천 지역구위원장 직무대행
ⓒ (주)포천신문사 
"시간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오래 입어해진 스웨터를 걸치고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6시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어머니는 늘 시간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어제 어머니는 시간의 먹잇감이 되었다. 시간은 이미 귀를 먹어치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은 왼쪽 발목 관절을 먹은 시간의 입가에 어머니가 먹은 시간이 질질 흘러내렸다. 시간은 사람을 먹어 작아지게 한다. 기억을 먹어버리고 안경 너머 짓무른 눈에는 끈끈한 침을 발라놓았다. 이 빠져 흉한 사기그릇처럼 군데군데 이빨마저 먹어치웠다. 시간 앞에 먹이거리로 던져진 육신 어머니는 이제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았다. 오늘도 어머니는 6시13분에 저녁을 달게 먹었다. 기다렸다는 듯 시간은 어머니 오른쪽 무릎 관절에 입을 대었다. 먹히던 시간이 무서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위의 글은 정진혁 시인의 ‘시간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는 시다. 세밑에 이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한 해를 되돌아보게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20대엔 시속 20킬로미터, 50대엔 50킬로미터란 말도 있는데, 이게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대는 지난 시간이 흥미로운 기억으로 가득한 반면, 나이를 먹을수록 일상이 반복돼 시간이 빈 것처럼 느끼게 된다. 또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이나 회사 등 남을 위해 쓰는 것도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생물학적 요인도 있다. 뇌의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량이 10년마다 최대 10%씩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어두운 대낮이라면 더더욱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어느 해라고 유난스럽지 않았으랴만 지난해 역시 지독한 한 해였다. 지독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고 절망하지 않은 것이 기이할 만큼 절망적인 시간들이었다.

지난해 또한 예외 없이 시간이라는 폭군 앞에 우리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은 더 이상 “때우거나 죽일 수 있는 객체”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은 점점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인간을 먹어치우는 폭군으로 군림한다. 객체이던 시간이 주체로 복귀하고 주체이던 인간이 객체로 떨어지는 순간, 삶은 갑자기 피폐해진다.

그리하여 시간은 어머니의 귀를 먹고, 관절을 먹고, 기억을 먹고, 이빨마저 먹어치운다. 시간은 그 괴기적 실체성을 얻고 있다. 시간은 이제 폭군이 되었다. 그 시간의 폭군 앞에 사람은 작아지고 노예가 되고 만다. 젊었을 때는 “시간은 돈이다”며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대상쯤으로 여겼지만 이제 시간은 우리에게 복종을 요구하며 우리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절망한다.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것은 비단 시간뿐만이 아니다. 분노하지 못해 절망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분노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절망하는 것이다. 내년 선거가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조차 하지 못했는데 출마자들은 거리를 쏘다니면서 표를 달라고 악수를 청한다. 무슨 염치로 정치를 한다고 그러느냐는 의견도 많다.
지치고 힘든 대중들이 분노를 표현할 능력마저 상실하게 되면, 국가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받아도 속은 다 썩어서 텅 비고 만다. 오직 한 사람만 말한다. 관료, 기자들은 받아쓰기만 하고 그 어떤 의견도 제출하지 않는다. 아마 더 심각한 위기가 와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는 시키는 대로만 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3.3%에 지나지 않는 득표로 전체 의석수의 51.6%를 얻었고, 민주당은 37.9%로 43.1%를 획득했다. 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 겨우 53.1%의 지지율로 83.3%의 의석을, 새누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54.7%의 지지율로 무려 94%의 의석을 차지했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대표하는 두 정당은 군소정당의 표를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국민 절반의 민심을 사표로 만들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했다.

이렇기 때문에 투표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할수록 지역 구도가 강화되고, 그들의 기득권이 공고해진다.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뜻을 왜곡해선 안 된다.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은 일치해야 한다. 지역대표성은 물론 비례성을 갖춘 제도가 가장 이상적이다. 선거제도의 전문가들은 민심이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독일식 연동제를 꼽는다.

2016년 4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시간이라는 폭군 앞에 그리고 권력의 총체적 무책임에 앞에 절망하는 우리에게 합법적으로 분노할 기회가 찾아온다. 길을 터주지 않은 물길은 반드시 흘러넘치는 법이다. 병신년 새해를 맞이해 더 이상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정치’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한다. 절망이 일상적이 되면 절망을 초래한 상황에 무심해지고 자신이 절망하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려면 여야는 조속히 선거구 획정문제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최호열 / 더불어 민주당 연·포천 지역구위원장 직무대행
최호열 기자 / chy90@unitel.co.kr입력 : 2016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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