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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에게 듣는다] 옥스퍼드대학 화학생물학 박사 이준구

‘히모라이신’ 단백질 이용 단분자 화학반응 연구
양상현 기자 / 입력 : 2015년 11월 04일
↑↑ 이준구 박사가 옥스퍼드대학 박사학위 심사일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
ⓒ (주)포천신문사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인 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는 1914년 창간된 학술지로 사이언스, 네이처 등과 함께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저명한 학술지에 포천이 고향인 옥스퍼드대학교 화학생물학전공 이준구 박사의 논문이 게재돼,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이준구 박사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연세대학교 입학 전까지 소년시절의 대부분을 의정부에서 보냈다.

하지만 고향에 홀로 계셨던 할머니를 찾아뵈러 부모를 따라 거의 매주 포천에 오는 바람에 언제나 그의 고향이 포천이라고 생각하고 자랐다고 한다. 그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당시 영평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가 귀향을 결정하면서 그도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실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입시에 억눌려 펼치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새내기 대학생이었던 이준구는 대학 입학 후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고 신기했고, 재밌었다고 한다. 심지어, 돈을 내고 밥을 사먹는 일상조차 신기했다고 하니 여간해서는 그만큼 촌티 나는 학생도 없지 않았을까 한다.

이 박사는 소년시절 해외유학을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장래 희망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그도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대학 2학년 까지는 교사가 되기 위해 실제로 교직 과목도 몇 과목 이수했다.

당시에는 주로 드라마에서 익힌 지식 탓에, "유학은 재벌가 자녀들이 상처입은 자신을 달래기 위해 어느날 훌쩍 세상과 작별하듯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준구 박사는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대학선배와 우연히 술자리를 하게 됐는데, 그 선배의 꿈이 유학이라는 것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게 됐다.

대학시절 강의실 안에서 보다 밖에서 얻은 경험에 의해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그리고 영국유학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더욱 빛나게 했던 이유는 첫 번째로 그의 대학선배처럼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대학시절 경험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던 두 번째 요소는 대부분 그렇듯이, 여행이었다. 많은 여행 중에 가장 그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 여행을 꼽자면,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조금씩 모아놓았던 돈으로 홀로 떠났던 한 달간의 유럽여행이었다. 한 달간의 짧은 여행기간동안 유럽 10개국을 둘러봐서 지금 돌이켜보면 그 보다 더한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자신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즉, 그는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고 무지하고 자만에 빠져있었는지를 깨닫게 됐다”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틀을 깨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힌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는 연세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자세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카이스트에서의 2년간이란 대학원 석사과정은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자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가를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 당시 일동초등학교 교장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느새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년이 되어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아버지 사진도 볼 수 있지만, 한동안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

하지만, 그동안 간직했던 그의 꿈이 꺾이지는 않았다. 가족의 품에서 다시 힘을 얻게 된 그는 약 2년 후에 대한민국정부 국비유학생에 지원했고, 선발돼 영국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준구 박사의 학위논문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포도상구균에서 분비되는 ‘히모라이신 (hemolysin)’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단분자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분자의 특성은 ‘앙상블’이라고 하는 분자의 집합에서 도출된 평균적인 것이다. 하지만 분자 한 개의 모습만 살펴보면 전체적인 특성과 다른 모습들이 관찰된다.

알기 쉽게 우리 삶의 모습에 비유해 보자. “포천시민들은 평균적으로 근면·성실하다”라는 사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근면, 성실’ 이라는 모습은 평균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근면한 사람, 게으른 사람이 있고, 성실한 사람,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해서 성실하지 못한 사람, 몸이 불편해도 성실한 사람 따위의 다양한 예들이 관찰될 수 있다.

즉, 단분자 연구는 집합체의 특성에 가려져 관찰할 수 없던 개별 분자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준구 박사의 옥스퍼드대학 박사학위과정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연구했던 논문이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The Journal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라는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에 출판됐다.

화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준구 박사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가 중요하지만, 직접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작은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관찰력과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소홀히 하지 않는 면밀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따라서 예상과 다른 실험 결과나 미세한 변화에 ‘왜’ 라는 질문을 던져 그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 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만일, 과학도를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면, “주위의 자연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연습을 하라”고 이준구 박사는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을 쌓으라”고 덧붙인다.

왜냐하면 과학을 다루는 기본적인 언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다룰수록 한글로 번역된 서적이나 문서의 양이 극히 드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분야를 공부할 때는 국내 포털사이트 보다는 구글에서 직접 영어로 된 자료를 검색해 찾아보는 것에 익숙해지기를 권하고 싶다고도 한다.

또 더욱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교수들, 연구자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 자체만으로 이렇게 조명을 받는 다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진다” 며 겸손하게 말한다.

박사학위는 지도교수가 던져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냈다는 증명일 뿐 다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천에서 ‘화학’이라는 말이 연상케 하는 ‘유해화학물질’이나 ‘산업단지’가 아닌 ‘화학생물학’이란 다소 생소하지만 우리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 중인 이준구 박사의 앞날이 창창하다.

◆이준구 박사 약력
2000 의정부고등학교
2000-2006 학사: 연세대학교 화학과
2006-2008 석사: KAIST 화학과
2011-2015 박사: University of Oxford, Chemical Biology (화학생물학)
2015 현재: University of Oxford, 박사후연구원

↑↑ 연구과제를 성실히 수행해내고 난 후, 안도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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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퍼드대학 화학생물학 실험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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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구 박사의 포천 군내면 구읍리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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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구 박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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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kunitachii@naver.com
양상현 기자 / 입력 : 2015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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