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태완이법’이 공포·시행된 가운데 미제 살인사건인 ‘포천 여중생 납치살인사건’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시행됐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이후 대통령 결재를 거쳐 31일 공포절차를 마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들에 대한 시효폐지 효과가 즉시 발생한 것이다.
이에 경찰청도 반인륜적 살인범죄에 대해서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끝까지 범인을 잡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16개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인력을 보충하기로 했으며, 수사본부 해체 이후로도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철저한 관련자료 보존·관리 등의 후속대책을 차차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명 ‘태완이법’의 계기가 된 사건은 정작 이 경우에 포함되지 않아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지난 1999년 5월 대구에서 길을 가던 5살 김태완 군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얼굴과 몸에 황산을 쏟아 부었으며,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태완 군은 사건 49일 후 세상을 떠났지만, 범인은 현재까지 잡지 못했다.
태완 군의 부모는 자식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 기준인 1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 만에 살인사건에 대한 범인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된 것이다.
이 개정안 통과로 현재 25년으로 규정된 형법상 살인죄 공소시효는 사라졌다.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미제 살인사건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10일 발생, 개정안 통과 전에 지난 9일이면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아슬아슬하게 영구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목격자가 진범으로 몰려 징역 10년형을 살았던 사연이 방송에도 소개된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같은 해 같은 달 5일에 발생한 ‘인천 계양구 놀이터 여자어린이 살인사건’은 더욱 아슬아슬하게 영구미제가 되지 않으면서, 범인 추적이 계속 가능해졌다.
지난 2003년 포천 지역은 물론, 전국을 경악하게 했던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도 계속 된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실종된 후 3개월이 지난 2004년 2월 포천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15살 여중생이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끔찍한 사건이다.
발견 당시 사체 훼손이 심했으며, 이 여중생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붉은색 매니큐어가 손톱과 발톱 모두에 칠해져 있어 당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경찰은 약 1년간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으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강력반장이 범인 검거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밖에도 2001년 ‘울산 단란주점 살인사건’, ‘대전 국민은행 둔산지점 강도살인 사건’, 2002년 ‘전북 전주 경찰관 살인사건’ 등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었으나 해당 개정안 시행으로 범인 추적이 영구적으로 가능해 진 대표적 미제 사건들로 꼽히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2012년 법무부가 발의한 정부안과 지난 2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 발의한 법안을 병합한 것이다.
법무부는 장애아동 및 14세 미만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법 적용 형평성 차원에서 형법상 살인죄의 공소시효도 배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 의원은 태완 군의 경우와 같은 억울한 피해를 막고 강력범죄를 반드시 처벌해야 하며, 현행 공소시효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첨단 수사기법이 발달한 현재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개정안 추진에 앞장섰다.
아울러 상당수 선진국들이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자체가 없거나 점차 폐지하는 추세로 이와 같은 흐름을 이어간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법은 사형으로 처벌되는 사건은 물론 아동성매매와 인신매매 범죄의 공소시효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경범죄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하며, 일본도 지난 2010년 살인 등 중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서영교 국회의원은 “공소시효를 앞두고 가슴 졸였을 피해자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정부의 이러한 신속한 처리가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한 분이라도 공소시효 완료로 인한 안타까움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정에 포함되지 않은 ‘강간치사’, ‘유기치사’ 등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개별법 개정을 추진해 흉악 살인범은 반드시 단죄한다는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라며 “잔혹한 반인륜적, 아동대상 범죄에 영구미제사건은 없다는 원칙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