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3월 11일에는 처음으로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각 지역 단위 조합장 선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1천360여 곳에서 선거가 실시돼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특히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없는 해에 전국에서 일제히 치르는 초대형 선거이다 보니 벌써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라 일부에는 과열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과거 지역의 단위 조합장 선거에서는 ‘5당 3락’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5억 원을 쓰면 당선이 되고 3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금권선거와 부정선거 논란의 온상이 되었던 조합장 선거를 두고 나온 말들이다.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과열과 불법을 부르는 것은 조합장이 누리는 막강한 권한과 보수 때문이다. 수천억원 대의 자산과 조합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연봉이 수억 원에 이르다 보니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내년 조합장 동시선거가 우려되는 것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해 자칫 금권선거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내년 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을 보면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 언론사 대담토론회 등은 사라지고, 선거공보, 선거벽보, 어깨띠, 소품, 전화-정보통신망에 선거운동이 국한되어 있다. 후보와 조합원간 소통이 어렵다보니,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금권선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합장 선거에는 예비후보 등록제가 아예 없다. 후보등록 후 2주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단기간 득표 활동을 벌여야 하므로 돈과 조직에 기대기 쉬운 것도 주목해야 한다.
포천지역에서는 소흘.가산.포천.일동.영중.영북.관인농협 등 7개 단위농협과 포천축협, 포천시산림조합, 개성인삼조합 등 10개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30여명의 후보가 출마의사를 드러냈다. 10명의 현 조합장 중 일동농협 신영필 조합장을 제외한 9명이 재선에서 5선까지 노리고 있고, 전직 조합장, 전.현직 조합 이사, 감사, 전무와 시의원 출신들이 저마다 출사표를 던지고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포천지역의 내년 동시 조합장선거는 우선 현 조합장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임기 동안 조합의 경영 실적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취재를 하다 보니 조합의 총 자산 규모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조합장도 있다. 어떤 조합은 방만한 경영으로 조합원의 불신을 받는 곳도 있다. 조합의 경영점수는 낮은데도 현역의 높은 인지도와 프리미엄을 얻고 선거 판세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일부 조합은 도전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을 예고하는 곳도 있는데, 이 또한 조합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경쟁하고 자질과 능력을 조합원들로부터 심판 받았을 때 능력 있는 인사를 조합장으로 앉힐 수 있다. 물론 도전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것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선거 관리도 과제다. 선관위는 ‘돈선거 신고·제보 활성화 특별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선관위는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종전보다 10배 상향 조정된 최고 1억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공명선거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장 전국동시선거 실시경험이 없어 선거관리상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조합장 동시 선거는 조합장 선거문화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조합 임직원들도 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관여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조합장 후보자들이 스스로 공명선거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품수수 유혹을 뿌리치는 조합원들의 의지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