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6사단에서 군복무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장남 남모 상병이 동료 후임병을 구타하고 성추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남 지사의 장남은 지난 4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맡은 일과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같은 부대소속 후임병들을 턱과 배를 주먹으로 때리고 전투화를 신은 발로 찼으며 뒤에서 껴안거나 손으로 성기부위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남 상병의 이 같은 가혹행위는 군 당국이 가혹 행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실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사회지도층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남 지사의 아들이 우리 사회가 추방하자고 외치는 군내 폭력행위에 가해자로 드러난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아들의 폭행 및 추행 사건이 드러나 파문이 일자 남 지사는 SNS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병사와 가족, 국민에게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 모두 저의 불찰”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남 지사는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대로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아버지로서 저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며 사과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의 파문은 쉽게 가라 않을 것 같지 않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했다는 세간의 질타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남 지사가 앞으로 도정을 이끌고 나라를 잘 다스리는 정치지도자로 나아갈 수 있을 지도 의문스럽다.
남경필 지사는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 사과의 진정성에서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15일 한 일간지에 군에 보낸 아들을 걱정하는 이런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는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며칠 전 휴가 나온 둘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
큰 아들이 후임병 가혹행위 혐의로 조사받는다는 사실을 군으로부터 통보 받은 게 13일인데 기고문은 통보받은 바로 이틀 뒤에 게재됐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남 지사는 또 광복절인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도 올렸다. “수원 나혜석 거리에서 호프 한잔하고 있습니다. 날씨도 선선하고 분위기 짱~입니다. 아이스께끼 파는 훈남 기타리스트가 분위기 업 시키고 있네요.”
이틀 전 자신의 아들이 후임병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을 분명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분위기 운운하며 술을 마시고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띄울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는 점, 남 지사에게 사건을 알리고서 첫 보도가 나오기까지 5일간 군 당국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이 그렇다. 급기야 6사단 군사법원은 19일 남 지사 아들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해 봐주기식 수사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도지사의 아들이자 차기 대권주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건이 축소 수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합당한 처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