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4일 피의자 이모(50·여)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수사의 방향을 정하거나 자백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 큰아들(28)을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5일로 연기됐다.
남편 박모(51)씨의 사망 원인과 시기, 시신 유기 경위 등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씨는 “10년 전 남편이 베란다에 숨져 있었고 거실에 있던 고무통에 넣은 뒤 작은방으로 옮겼고 조사받는 게 두려워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큰아들 역시 “아버지가 10년 전 자연사했고 어머니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10년 전 시신에서 지문이 발견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이씨와 큰아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집 안에서 발견된 남편 명의의 휴대전화는 지난 6월 4일까지 이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사망신고 되지 않은 남편 명의를 도용해 지난해 12월 13일 개통해 그동안 휴대전화 두 대를 사용한 것이다.
이씨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5일께 나올 예정이다. 모자 진술의 진위를 밝히지 못하면 사체은닉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시신을 숨긴 죄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별도로 남편의 의료 기록과 친인척들이 마지막으로 본 시점이 언제인지를 조사하는 등 사망원인과 시기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내연남이자 전 직장동료 A(49)씨에 대해서는 이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영장도 발부돼 의문점이 다소 해결된 상태다. 이씨는 검거 후 1차 조사에서 “길 가던 외국인을 집에 데려와 술을 마시다 돈을 달라고 해 다투다 거실에서 살해했다. 다른 외국인에게 회사에서 가불한 100만원을 줘 시신을 고무통에 넣게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시신의 신원이 지문 감정에서 A씨로 밝혀지자 거짓 진술을 인정한 이씨는 3차 조사에서 “살해한 직장동료 A(49)씨의 신원이 밝혀지면 그동안 잘해 준 회사와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봐) 미안한 마음에 거짓 진술했다”고 번복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 3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통해 “A씨를 올해 봄까지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 그 이후에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남편 명의를 도용해 개통한 휴대전화를 6월 4일까지 사용한 배경도 규명하는 과정에 있다.
이씨와 큰아들 말처럼 남편 시신의 경우 큰아들이 도와줘 옮길 수는 있지만, 전 직장동료 A씨를 여자 혼자 남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고무통까지 옮기기 어려운 점을 들어 경찰은 공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빌라에 들이닥친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씨는 또 다른 한국 남성 B(59)씨와 함께 있었으며, 혼자 사는 B씨와 상당 기간 같이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검거 당시 임의동행한 스리랑카 출신 S씨는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어 일단 귀가 조치한 상태다.
고무통 위에는 9.5㎏ 소금 포대가 발견돼 일부에서는 이씨가 소금을 고무통에 넣어 시신 흔적을 없애려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소금 포대에 뜯긴 흔적은 없었으며 이씨도 “소금을 넣지 않았으며 고무통 뚜껑을 눌러놓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무통 안의 소금 농도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