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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에세이] 권력에 미친 맥베스류의 후보들은 걸러내자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05월 28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 (주)포천신문사
지방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같은 지자체장이나 의원을 뽑는 주요 행사가 이번 선거이다. 나름대로 정치에 대한 꿈을 품고 참여한 후보들은 링에 올라간 격투기 선수들처럼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겸손보다 스스로 과대 포장한 자신의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내놓으며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연단에서 들려오는 천편일률적인 연설이 왜 이리 지루하고 감동이 없는 것인가.

이번에 뽑히는 지자체장이나 지역의원의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는 목민관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목민관은 통상적으로 백성을 보살피고 모범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목민관은 부임할 때도 검소하게 처신하고 조금도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 또한 행정적인 일로 뇌물을 받는다든지, 관리들이 백성들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요즘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은 선거 때만 반짝 표심을 얻으려고 머리를 숙이는 척하고 자리가 제공하는 권력을 누리는데 혈안이 되기 마련이다.

니체의 지적대로 인간은 권력의 의지를 가지고 있어 남을 지배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를 얻으려 애를 쓴다. 어떤 자들은 표를 돈으로 매수를 하기도 하고, 경합을 하다가 남에게 슬쩍 밀어주고 후에 자리로 보상을 받기도 한다. 어떤 자들은 남의 잘못을 뒷조사하여 흠집을 내어 사이버공간에 퍼뜨리는 네거티브 운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것은 주먹으로 협박하는 육체적 폭력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의 현대사는 더 부정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리승만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인 김구선생은 권력의 사주를 받은 안두희의 테러로 죽음을 당하였다. 이렇게 목민관이 아니라 개인의 야망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사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권력을 추구하는 가장 추악한 정치인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전승을 거두고 돌아오는 황야에서 만난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왕이 되고자 한다. 그의 사촌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덩컨왕과 전우인 뱅코우장군마저 무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맥베스는 권력을 움켜쥘수록 저지른 행위에 대한 죄의식으로 시달린다. 그는 잠을 잘 수 없고 덩컨왕을 죽이면서 묻었던 피자국이 오대양의 물이나 아라비아의 향료로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덩컨왕 살해에 동참했던 맥베스 부인도 똑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다. 결국 그녀는 몽유병에 걸려 피 묻었던 손이 닳도록 비비지만 양심을 저버린 피자국은 마치 가슴에 박힌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는 여야의 선거전에서 왜 필자의 뇌리에 맥베스 부부의 핏자국이 연상되는 것일까. 자신의 이권과 권력을 위해서 남의 피를 흘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현대의 선량 후보들의 모습이 너무나 맥베스 부부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콤왕자를 도우러 영국으로 망명한 맥더프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도 자객을 시켜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성을 잃어버린 정치욕이나 권력욕은 시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광증으로 빠져 들어가는 맥베스에게 염증을 느낀 신하들은 썰물처럼 말콤에게 도망을 가기에 바쁘다.

결국 그는 죄의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맥베스 부인조차 잃어버리고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끝까지 패배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환상적 믿음들이 무너져 버린다. 버넘숲이 움직이기 전이나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에게 결코 패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허상들. 말콤의 부하들은 버남숲의 가지를 꺽어서 위장을 한 채 움직이고 맥더프는 어머니의 자궁이 아닌 제왕절개하여 태어났던 것이다. 맥베스는 맥더프의 칼에 쓰러지기 전에 자신이 추구했던 권력이 얼마나 허무하기 짝이 없는 지 깨닫고 그 유명한 독백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되뇌이며 죽음을 기다린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하루하루
종종 걸음으로 소리 없이 다가가고,
지나간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티끌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어 왔구나. 꺼져라, 꺼져, 덧없는 촛불아!
인생이란 기껏해야 걸어 다니는 그림자,
잠시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뽐내고 으시대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그건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 요란한 소리와 노여움에 가득 찼지만
뜻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선거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권력을 추구하는 후보자들에게 권고하고 싶다. 권력을 잡기 위해 당선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진정한 목민관이 되어주기 바란다.

박정근 / 대진대 교수, 한국 셰익스피어협회 회장, 포천신문 칼럼위원회 고문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4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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