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한 달 넘게 세월호 침몰참사로 인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절망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 비극적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무거워서 대통령을 비롯한 어느 지도자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튼튼한 기초를 다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호가 뒤집어보니 엄청나게 썩어 문들어졌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수술할 때 견딜 수 없이 아프더라도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 들어가야 한국이라는 환자가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김수영시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는 시인으로서 죽음의 의식을 마치 제의를 진행하는 사제처럼 진지하게 임하고자 한다. 시인에게는 죽음이란 결코 패배주의적 파멸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고통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성숙의 계단에 올라가 선다.
김수영에게 몸의 통증은 태초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삶의 조건이라고 보며 현재뿐아니라 미래에 이르기 까지 인간에게 운명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고통은 그에게 죽음처럼 결코 부정적이고 고질적인 저주가 아니다. 겨울에 죽음의 세계에서 탈출하여 봄에 재생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서 자연은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웠다가 그 꽃잎을 모두 떨어뜨려야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울 수 있다.
김수영은 「먼 곳으로부터」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먼 곳에서부터/먼 곳으로/다시 몸이 아프다/조용한 봄에서부터/조용한 봄으로/다시 내 몸이 아프다/여자에게서부터/여자에게로/능금꽃으로부터/능금꽃으로..../나도 모르는 사이에/내 몸이 아프다”
김수영 시의 비극성은 연극적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갈등구조는 김수영이라는 비극적 주인공으로서 항상 시인을 불편하게 하고 아프게 하는 적대적 현실과의 싸움이다. 그것들은 시인의 사고와 정신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도그마일 수 있고, 시인의 전위적 행위나 표현을 가로막는 수구적인 도덕, 윤리, 전통일 수 있다. 그것들은 시인의 끊임없는 변화를 방해하거나 규제하기 때문에 시인은 그것들을 적으로 여기고 일전을 불사한다. 우리가 김수영으로부터 배워야할 정신은 세월호 사건을 일으키는 현실의 부패는 항존하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것들을 견제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은 자유정신과 아방가르드를 구가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끊임없이 규제의 성을 쌓고 장애물의 그물을 던지기 때문에 그의 창작은 자꾸만 미완성과 소화불량에 의한 설사를 거듭하였다. 즉 시인이 추구하는 자유정신과 권력이 주입하는 통제와 규제가 시인의 정신 속에서 갈등구조를 구축하며 전투를 벌이는 형국이다. 그의 창작정신은 자유와 전위의 투사들을 비극적 영웅으로 진영을 구축하고 전투를 벌이지만 냉전의식이라는 계엄령 아래에서 승전하기가 쉽지 않다. 고작 자유정신이 투정을 부리듯이 돌멩이를 던지면 레드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는 기관총으로 난사하기 때문에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과 비유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의 비극성은 투쟁의 대상이 외부에만 두지 않고 자신을 포함하여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정직한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 투쟁은 가시적이든 불가시적이든, 또는 그것이 물질적이든 추상적이든,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모든 것을 내포한다. 이로 인해 시인은 자신의 모든 것과 싸움을 벌이는 꼴이 된다. 시인은 자신이 일생 운명처럼 끌고 다니는 자신의 그림자와도 결투를 벌임으로써 스스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학적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김수영이 주장하는 죽음의 시론에 의하면 그것은 새로운 시를 창작하기 위해서 과거의 모든 것과 결별을 하는 것이다.
이제 세월호 사건에서 노출했듯이 한국은 과거의 부패한 모든 관행을 개혁하지 않으면 진도 앞바다의 배처럼 침몰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 비극적 참상을 승화시키기 위해서 비리에 관련된 자들을 문책하고 개혁하되 그 책임을 남에게만 두지 말고 신자유주의와 배금주의에 물든 자신의 내면에서도 찾아야 한다. 김수영은 개혁의 모든 대상들과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아픈 몸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