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학 수행평가로 독후감을 작성하였다. 주어진 작품은 고전소설 「유충렬전」이었다. 병자호란의 패배에 대한 복수 의식과 조선 후기 당쟁에서 몰락한 계층의 실세 회복의식이 반영된 영웅소설이다.
왕과 유충렬의 모습을 보며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듯한 모함으로 충신을 몰아내는 간신들을 왕이 다 골라낼 순 없지만 오랑캐와 정한담이 힘을 합쳐 공격할 때 적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나라의 위기 상황 속에 유충렬이 나타나 오랑캐와 정한담을 무찔렀다. 충렬은 부모님의 생사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나라를 위해 싸웠다. 자신의 역할이 남경을 구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 책임감 하나 때문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우울하고 비통한 요즘, 속속들이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많고, 한번 잘못했을 때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크다. 이번 사건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과 정부의 미흡한 대처 등으로 피해가 컸다.
만약 유충렬이 전쟁 중에 부모님을 찾겠다고 사라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라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충렬은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벼슬에 오르며 행복하게 살게 되지만 그 이전의 삶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불행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충렬은 마땅히 그래야 했다.
내가 세월호 선장이었다면, 내가 유충렬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이렇다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여러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나의 개인적인 삶이 불행하고 힘들어진다 하더라도 나보다 다른 여러 사람들을 위해 행동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무사히 수습하고, 안전 대책을 정비하는 것만큼이나 장차 어른이 될 우리들은 이름에 걸맞은 역할과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러한 비극이 일시적인 화젯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슴 속 깊이 새겨 또렷이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