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곳곳에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갈등은 60년대 보릿고개에 겪었던 배고픔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정치권과 경제계의 야합으로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에서 기인한다. 일반 시민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오만원을 벌기도 어려운데, 사법부는 대주그룹의 허 회장은 탈세에 대한 벌금형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 5억원이라는 노역을 내린 바 있다.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과 그룹 회장의 가치가 10,000 대 1이란 말인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득권의 부정의와 불평등의 사례인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 중의 하나가 4.19혁명이다. 그 당시 학생들과 시민들은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부조리에 대해 자유를 외치며 분연히 일어났다. 만약에 시민들이 정권의 비리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다면 우리의 현대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맛보지 못하고 억압적 정권의 희생물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탈세를 하면서도 그 돈을 빼돌려 해외투자나 부동산구매를 하는 회장족들에 대해서 권력이 황제 노역으로 탕감해주는 사회 부정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2014년 사월의 시민들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일어났던 4.19정신과 그 의미를 다시금 새겨야할 필요가 있다. 일부 기득권층들은 양극화의 현재 상황을 즐기면서 고통을 받는 시민들에게 부조리한 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라고 주문한다. 김수영 시인은 대표적인 4.19 혁명의 상징적 존재이다. 그는 시인으로서 부조리한 상황을 수용하기보다 부조리가 없는 사회를 꿈꾸고 그것의 현실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벽한 민주적 사회는 아직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지만 시인은 그것을 현실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는 과정 속에서 고통이 뒤따르고 심지어 불가피하게 충돌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온몸으로 밀고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저항을 노래한 김수영 시인은 그로 인해 외적인 압력에 시달리고 실존적인 고통을 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그러한 고통을 피하는 것은 시인의 도리가 아니며 오히려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용기를 요구하였다. 그런 극단의 선택은 시를 쓰는 순간마다 이루어져야 하며, 시를 한편 쓰고 나면 이전의 도그마나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 죽음의 순례를 지속하고자 하였다. 김수영 시인의 자유에 대한 추구는 진정한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으며, 그의 일관된 죽음의 시론이 되었던 것이다.
한국 사회는 분단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냉전 사고에 의해서 아직도 지배되고 있으며, 그것이 안보를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는 동안 남북통일에 대해서 드레스덴 선언을 한 후 북한은 극심한 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은 박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부정적인 자세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구심의 원인을 분석하고 평화적 공존 속에서 남북한이 서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실질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김수영은 북한과 김일성에 대한 어떠한 표현도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비로소 우리 사회의 언론의 자유가 이루어진다고 그의 시에서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4.19를 맞이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통일대박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정원이 간첩사건의 외교문서를 조작하고 북한 핵무장으로 인한 냉전의식을 고집하는 한 김수영이 추구하는 시인이나 소시민들은 억압과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완벽하게 이루어내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펼치게 하며, 정치에 대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함으로써 우리 체제의 우위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한다. 그러하기에 4.19 정신은 한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요, 뿌리로 존중을 받아야 할 것이다.
김수영은 적색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5,60년대를 살아가면서 그가 추구했던 자유와 아방가르드의 시적 혁명을 추구하였지만 그 당시 현실이 그를 위협하고 죽음의식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선택한 가치관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시를 통한 끝없는 모색을 하면서 죽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던 것이다. 그는 「사령」이라는 시에서 억압된 자유에 대해서 그 불편과 허위에 대해서 풍자하며 노래한다: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사령」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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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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