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는 지난 2월 대통령에 보고한 ‘2014년 업무추진계획’에서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파산제는 자치단체가 재정 파탄을 가져올 경우 중앙정부가 개입해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을 통제하고 제3자를 개입시켜 회생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 재정의 미성숙 등 여러가지 여건상 지자체 파산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시간에 쫓기듯 서둘러 처리한다는 인상도 강하다.
일반기업의 워크아웃에 준하는 파산제를 도입해 지자체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지만 지자체 파산제도가 지방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도 거센 것이 사실이다. 2012년 전국 244개 지자체 빚은 27조원에 달한다. 지방 공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100조원이나 된다. 1년 예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 되는 곳도 10곳이 넘는다. 1조원을 쏟아 부은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 강원도 태백시의 4,400억짜리 오투리조트, 3,222억이 든 경기도 성남시의 초호화 청사 건설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부족한 예산을 대주지 않으면 상당수가 당장 부도날 상황이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지자체 파산제를 운영해 그동안 500여 곳이 파산선고를 받았다.
지방재정이 악화된 이유는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사업과 치적을 위한 무리한 사업 등 방만한 경영에 있다. 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선거용·과시용 대형 사업을 덮어놓고 밀어붙인 탓이 크다. 지자체 파산제의 근본 취지는 이러한 자치단체를 견제하겠다는 한 방법이다.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용은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기에 이를 바로 잡아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마땅하다.
지자체 파산제가 도입되더라도 당장 파산에 처할 지자체는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발행금액을 반영한 수정채무비율이 높은 지자체가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포천시는 산업단지 ABCP 보증액을 채무액에 반영시킬 경우 재정위기가 심각한 지자체로 지목돼 우려를 낳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천시 전체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7.7%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신평산단과 용정산단 등 산업단지 2곳의 ABCP 발행액을 반영한 수정채무비율은 무려 39.6%로 나타나 위험수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포천시의 대출채권 매입확약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신평산단의 대출약정금액은 540억원이며 ABCP 발행금액은 350억원이다. 용정산단의 대출약정금액은 2,000억원이며, ABCP 발행금액은 1,500억원이다. 두 산업단지의 ABCP 발행 총액이 무려 1,850억원에 달한다. 특히 용정산단의 경우 분양률이 21%에 불과해 미분양 사태를 부를 경우 포천시의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포천시는 입지조건이 좋고 분양가(평당 110만원)도 낮아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분양 매입 확약을 맺은 바 있어 용정산단 준공(2015년 예정) 후 5년까지 발생하는 미분양 용지를 모두 매입해야만 할 처지에 놓여 있다. 3.3㎡당 110만원의 분양가를 예상하면 전체 분양면적 63만㎡ 중 10%의 미분양만 발생해도 포천시는 약 20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포천시로서는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앞두고 포천시가 미분양 매입 확약을 맺은 산업단지는 이같은 재정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장이 재정자립도 30%를 밑도는 시의 재정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대형사업을 벌여놓았다는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