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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부사의] 배외(排外)와 배외(拜外)

극단 피하고, 남의 것은 내 것으로 승화해야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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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발음은 같으나 뜻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배외’라는 말이다. ‘오랫동안 외세 침략을 당한 민족이어서 배외 감정이 크다’의‘배외’와‘외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배외정신은 버려야 마땅하다’의‘배외’는 같은 말일까? 아니다.

정반대의 뜻이다. 앞의 것은‘외국 것을 배척(排斥)해 물리치다’는 배외(排外)이고 뒤의 것은‘외국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崇拜)하다’는‘배외(拜外)’이다. 排斥은 반대하여 물리치는 것이고 崇拜는 어떤 사람을 훌륭히 여겨 마음으로부터 우러러 공경(恭敬)하거나 종교적 대상을 절대시(絶對視)하여 우러러 받드는 것이다. 絶對란 상대가 없다는 뜻이다.

외국 것이라 하여 무조건 좋아하는 것도 문제이고 무조건 배척하여 물리치는 것도 문제이다. 한 때 우리는 물 건너 온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한 적이 있었다. 전쟁의 참화(慘禍)로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제품이 당당하게 우위(優位)를 뽐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 우려스러운 것은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전쟁을 모르고 배고픈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화를 겪어보지 않았고 배고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배고픈 서러움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어린이와 여자들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歷史)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 세월에 우리가 어떠했는가를 알아야 한다. 불과 한 세대(世代) 이전에 우리 부모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실상(實狀)을 후대들에게 가감(加減)없이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원래부터 잘 살았던 게 아니고 원래부터 이런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밥이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지’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대답이란다.

가난이 무엇인지, 없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이처럼 잘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사즉유비(思則有備)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안전한 형편일 때 위태로움을 생각해야 하고 생각을 하면 대비하게 되고 대비를 하면 걱정거리가 안 생긴다는 뜻이다.‘

기흥야패언(其興也悖焉) 기망야홀언(其亡也忽焉). 흥함도 빠르고 망함도 빠르구나.’ 좌전(左傳) 장공(莊公)11년에 나오는 말이다. 노나라 대신 장문중(張文仲)이“송나라는 흥하겠구나, 우왕 탕왕은 스스로를 질책했기에 불처럼 일어났고 걸왕 주왕은 남 탓만 했기에 재처럼 스러졌지”라고 평했다는 얘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역경(易經) 계사(繫辭)도 “군자는 편안 속의 위태로움을, 생존 안의 멸망을, 다스림 속의 혼란을 잊지 않으니, 이로써 몸과 나라를 지켜내는구나”라고 갈파한다. 이 모두 우환의식(憂患意識)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는 것이다. 외국 것이라 해서 배척만 해서는 안 된다. 남의 말이라 해서 업신여기기만 해선 안 된다. 남의 말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고 외국 것이라도 수용(受容)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것으로 승화(昇華)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가 사는 땅을 간방(艮方)이라고 한다. 간방의 특성을 시어간(始於艮) 종어간(終於艮)이라 했다. 시작과 마침이 이 땅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남의 것을 그대로 수용하기만 하지 않았다. 그것을 내 것으로 승화시켜 재창조(再創造)했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가 그러하고 석굴암(石窟庵)이 그러하고 상감청자(象嵌靑瓷)가 그러하다.

자만(自慢)해서도 안 되고 나태(懶怠)해서도 안 된다. 게으름 피워서도 안 되고 한눈팔아서도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把握)하고 기회를 잘 포착(捕捉)해야 한다.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숭배해서도 안 된다. 排外와 拜外를 말하는 이유이다.

이규임 / 한국영상제작학회 명예회장
포천신문 기자 / ipcs21@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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